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장애인’은 없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장애인’은 없었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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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다’ 스틸컷
영화 ‘코다’ 스틸컷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시상자로 참석한 배우 윤여정이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농인 배우 트로이 코처를 위해 ‘수어 시상’을 하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동안 트로피를 들어 준 행동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윤여정의 ‘배려’와 ‘품격’에 쏟아진 한국 언론의 찬사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코다’ 당사자인 이길보라 감독이다.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란,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뜻한다.

이길보라 감독은 최근 출간한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 개정판을 통해 코다와 농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게 물론 기쁘지만, 상은 트로이 코처가 탔는데 윤여정에게만 박수가 쏟아진 당시의 상황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가 누구의 서사를 만들고 누구에게만 주목하는지” 정확하게 보여 준 사례였다고 꼬집었다.

수어 시상을 준비하고, 트로피를 대신 들어 준 윤여정의 행동에서 ‘배려’와 ‘품격’이 묻어난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앞다퉈 보도한 내용과 달리 윤여정은 수어로 트로이 코처를 ‘호명’한 적이 없다. 윤여정은 엄지와 약지를 펴서 좌우로 흔들었는데, 이는 영화 『코다』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사랑한다”(I LOVE YOU)는 수어를 표현하려다 실수로 검지를 펴지 못한 동작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에서는 수어로 정확히 무슨 말을 했든 관심이 없다는 듯, 윤여정의 ‘수어 호명’을 보도하고 열광했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 사회는 시상식의 주인공인 장애인 수상자의 존재를 지웠다. 트로이 코처는 30년 넘게 연기를 했고,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로 수상한 농인 배우였지만 “그저 수어 통역이 필요한 장애인이 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농인과 청인의 경계에 놓인 ‘코다’의 자리에서 이길보라 감독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자주 해 왔다. 장애 해방과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어도 사람들은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세계는 역시 아름답고 순수하군요” “농인을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며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보통 사람과는 다른 존재로 치부하거나, 시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물론,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얼마 전부터 아이돌 그룹 BTS의 콘서트에서 수어 통역이 진행됐다. 통역 없는 콘서트장에서 소외감을 느껴야 했던 한 농인 팬의 문제제기에 의해서였다. 모두가 콘서트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늦었지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이다.

이길보라 감독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예민한 문제의식을 갖게 해 준 코다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복잡하고 애매하지만 그 누구보다 고유한 교차성”을 지닌 존재라고 표현했다. 사실, 모든 사람은 하나의 정체성으로는 요약되지 않는, 교차성을 지닌 존재들 아닌가. 장애인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가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하듯이 말이다. 남들이 박수할 때,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경계’ 위의 시선이 결국은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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