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반복되는 성 비위, 공직자의 자격을 돌아볼 때
[발행인 칼럼] 반복되는 성 비위, 공직자의 자격을 돌아볼 때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2.06.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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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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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은 뒤로하고 / 사욕만 채우네 / 권리는 짓밟히고 / 권력만 활보하네 / 실력은 비웃음 사고 / 금력만 힘깨나 쓰네 / 노력은 쓸모 없고 / 술수만 효험 있네 / 진실은 간 데 없고 / 거짓만 만연하네 / 말만 무성하고 / 실행은 가물었네 / 인격은 왜소하고 / 허상만 거창하네 // 우리의 정치엔 / 정치(正治)는 없고 / 패도(覇道)만 있네”

김경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사회비평 시집 『시니시즘을 위하여』에 실린 「우리네 정치에 없는 것 있는 것」이라는 시다. 1997년 발표된 이 시가 작금의 정치 현실을 떠올리며 읽어도 아무런 위화감 없이 읽힌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위 국민의 혈세인 ‘나랏밥’ 먹고 사는 인사들의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만 바뀌며 되풀이되는 성 비위 사건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갉아먹는 가장 심각한 병폐라고 하겠다. 모든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적 활동을 함에 있어 윤리적으로 행동할 의무가 있으며, 국민의 대표자로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마땅하다.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자녀 비리, 부동산 비리 등도 공직윤리에 현격히 어긋나지만, 이런 문제들은 백 번 양보해서 ‘가족을 위한 일’이었다는 변명이나마 가능하다. 반면, 성 비위를 저지르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지 않은가. 폭력, 살인과 같은 극악의 범죄가 피해자의 신체적 고통과 죽음을 야기한다면, 성과 관련된 모든 범죄는 신체는 물론 상당한 정신적 고통까지 수반하는 극악 중 극악의 범죄이다. 특히나 성별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 국민을 중재하고, 소통의 징검다리를 놓아야 할 공직 인사들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최근 당내 성 비위를 강력하게 비판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내부 총질 그만하라”며 사퇴를 요구하는 문자폭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분열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인데, 근본적인 분열의 씨앗은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해 용감하게 총대를 멘 젊은 여성 정치인이 아니라 진작 척결되었어야 할 문제가 반복됨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있지 않을까.

성평등 문화 확산 사업의 하나로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에서 기획하고, 이나영 중앙대학교 교수가 엮어 낸 책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에 따르면, 성폭력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에 속하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가장 악질적인 폭력의 형태다. 때문에 공직자가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순위를 매긴다면, 정치인과 동료 시민에 대한 불신을 낳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 괴롭히는 성 관련 범죄가 단연 1순위다.

공직자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업무능력과 더불어 도덕적인 자질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재차 언급하지만 성 관련 사안은 도덕적 자질 중 최소한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로이 선출될 국민의 일꾼들부터라도 ‘악성 고리’를 끊어낸 인사들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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