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언제나 약한 사람? 사고방식의 문제다
장애인은 언제나 약한 사람? 사고방식의 문제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6.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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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장애는 약점이면서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경쟁 지향적인 현대 사회에서 약점은 숨겨야 하는 것이며, 극복이라는 단어에는 현재 지금의 상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심리가 전제돼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살게 만든다.

책 『마이너리티 디자인』의 저자 사와다 도모히로의 장애관에는 약점과 극복이라는 말이 없다. 심지어 저자는 장애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장애는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일련의 배경이 있다. 사실 그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에 다니는 소위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였다. 하지만 어느 날 생후 3개월 아들에게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무리 멋진 광고를 만들어도 내 아들은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일할 의욕을 잃는다. 그래도 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200명이 넘는 장애 당사자들과 주변인을 만났는데, 거기서 그들의 매력을 발견하고 누군가의 약점은 강점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장애가 역으로 돋보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시작했다.

‘유루스포츠’는 그의 대표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다. 일본어 ‘유루(유루이)’는 ‘느슨하게’라는 뜻으로, 유루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의 경쟁적이고 냉정한 점을 최대한 없앤 개념이다. 기어다니면서 럭비 경기를 하기 때문에 걷지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잘 하는 ‘애벌레 럭비’는 유루스포츠의 일종이다.

유루스포츠에는 장애인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비장애인이나 운동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운동 약자’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한다. 기존 스포츠는 힘이 세거나 빠르거나 높은 사람이 강세를 보이지만, 여기에서는 경기의 양상이 다르다. 책에서는 장애인이 애벌레 럭비에서 비장애인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유루스포츠의 의의는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는 운동 문화를 만들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을 막으려고 장애인을 우대하는 규칙을 만들거나 비장애인들에게 ‘핸디캡’을 부여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런 사고방식과 방법론은 다수자의 사회에서 바라본 것에 불과하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사회 속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애인에게 자신의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 준다면 더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는 “새로운 전제 조건을 만들어주면 기존의 규칙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도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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