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 시대, ‘폭망’하지 않으려면…
디지털 대전환 시대, ‘폭망’하지 않으려면…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5.1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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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TV+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는 한때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부상했으나, 갑작스러운 경영 악화로 몰락한 ‘위워크’의 실화를 다뤘다. 공유 오피스 사업을 내세운 위워크는 기업 가치가 2010년 470억달러(58조2,800억원)에 달했으나, 2019년에는 80억달러(9조9,200억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디지털 비즈니스 컨설턴트 윤정원은 이 실패가 당연하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을 표방했지만, 건물을 임대하고 유지·관리하는 일에만 집중했던 위워크는 사실상 기존 부동산업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에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은 낯설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등의 디지털 기술 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윤정원 컨설턴트는 책 『살아남는 것들의 비밀』을 통해 단편적인 디지털 기술 도입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지털 전환에 성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느 날 갑자기 ‘폭망’하는 기업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스타벅스를 들고 있다. 스타벅스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을 대변한다. 빅블러 현상이란 기존의 산업이나 업종 간에 존재했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으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스타벅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커피 전문점이지만, 고객은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음료를 주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지점에서 구매한 제품을 B지점에서 반품하는 등 지역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스타벅스는 앱이나 카드를 통한 ‘선불 충전’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국내 스타벅스의 2020년 선불 충전금은 1,801억원에 달했다. 토스(1,214억원)나 네이버파이낸셜(689억원)보다도 큰 금액이다. 사업 모델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꾀한 스타벅스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을, 단순한 커피 전문점을 넘어 유통업계와 금융업계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한은행에서 개발한 배달 앱 ‘땡겨요’도 디지털 전환의 좋은 예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를 끌어올려 주고, 보완해 줄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책에서는 신한은행이 뜬금없이 배달 산업에 뛰어든 것이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양질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배달 앱을 통해 금융업계의 기존 데이터로는 투명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던 소상공인의 매출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이는 새로운 서비스나 고객 마케팅 아이디어로 연결된다.

제조업의 경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재작년 매일 아침 사용자의 컨디션에 맞게 립스틱을 만들어주는 ‘루즈 쉬르 므쥐르 바이 페르소’(페르소)를 선보였다. 페르소는 전용 앱을 통해 인공지능으로 사용자의 셀카를 분석해 피부톤과 그날 입은 옷에 어울리는 립 컬러를 제안하고, 추천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바를 분량의 립스틱을 즉시 제조해 주는 기기다. 로레알은 이미 2010년에 ‘디지털의 해’를 선포하고 다각도로 디지털 전환을 준비해 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위의 사례들에서도 알 수 있듯,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전략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기본 원리는 같다. 기업이 바라보는 ‘시장의 확장’과 ‘새로운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방향이라면 과감하게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살아남고 싶은 기업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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