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불편하지 않은 ‘터치’는 가능할까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은 ‘터치’는 가능할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5.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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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다. 아기를 예로 들어보자. 아기는 주변 사물에 몸을 부딪치면서 제 몸의 범위와 경계를 감지하며,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걷기와 잡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의 손길은 아기가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수단인데, 그 영향으로 아기는 안정감을 느껴 건강한 성장과 정서 발달을 이룰 수 있다. 책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의 저자 수시마 수브라마니안은 이런 면에서 “만지는 행위는 한없이 세계를 탐구하는 첫 번째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촉각은 정작 인류 역사에서 가장 외면 받아왔다. 저자에 따르면 촉각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였다. 인간의 본질을 ‘이성’이라고 생각한 플라톤은 인간의 오감 중 촉각을 가장 하등한 것으로 봤다. 촉각이 동물적인 필요와 생존 그리고 성적 유혹과 관련됐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플라톤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중세 기독교 문화에서 촉각은 ‘욕망 아래 자리 잡은 더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이렇듯 역사적 관점에서 촉각 경험은 하나의 주체가 욕망을 드러내는 것과 관련되어 이해됐다.

오늘날은 어떨까? 저자는 “터치가 성(性)을 상징하게 되면서 개인적, 전문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신체접촉까지 악마화하게 되었다”며 “상대에게 부적절한 암시를 줄 수 있는 행동을 철저히 기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팬데믹까지 발생하자 악수와 가벼운 포옹마저도 금기시하는 문화가 생겼다. 현대인은 유사 이래 ‘터치’를 가장 싫어하는 인류가 됐다. 상대와의 접촉이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는 시각에 더 의존해야 하는 비대면 문화가 유행한다. 비대면 문화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전염병 감염 위험도 없는 안전한 문화다.

하지만 촉각이 소외된 사회에서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유행한다. 스킨십은 세로토닌·도파민·옥시토신 등 전반적으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시각만으로 채워진 사회 문화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누릴 기회가 없다. 저자는 “접촉을 피하는 것이 불편한 사회적 상황을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타인과 가까워지는 데에서 오는 불편함을 조금도 감내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것이 주는 보상도 포기해야 한다”며 “우리는 등을 토닥이거나 손을 꼭 잡아주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잊었다. 그러다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을 느꼈을 때 그제야 우리가 무엇을 잃고 살았는지 새삼 깨닫는다”고 전한다.

터치를 불편해하는 현대인들의 시대다. 과연 이 시대에 안전하면서도 오해받지 않는 신체 접촉 문화는 가능한 것일까. 저자는 나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마음일 뿐, 신체 접촉 자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스킨십 부족에 대한 해결책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성적이지 않은 신체 접촉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일종의 거래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에게 성적이지 않은 포옹을 해주는 ‘커들러 서비스’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상호 합의에 따른 포옹은 정서적인 유대감과 심리적인 치유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촉각을 중시하는 것은 감각 자체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에 관한 것이다.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내면의 욕망을 의식하게 하는 다른 수십 가지 신호를 관찰하게 된다”며 “터치는 우리가 주변 환경과 분리되어 있는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는 지속적인 확인”이라고 촉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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