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소신의 대통령 윤석열』 출간, 왜 문제?
『원칙과 소신의 대통령 윤석열』 출간, 왜 문제?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4.20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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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일은 관 뚜껑을 덮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즉 죽은 다음에야 인물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어린이 위인전이 출간을 앞두고 논란이다. 오는 29일 출간되는 『원칙과 소신의 대통령 윤석열』. 소년 윤석열이 법대생과 검사 시절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렸다. 목차와 부분적인 내용만 공개되었을 뿐이지만 벌써 많은 누리꾼이 온라인서점에 리뷰를 남겼다. 별점 5점 만점에 5점을 주며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평한 리뷰도 있었지만,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통령의 업적을 위인전 형식으로 다루는 건 섣부르다고 지적하는 리뷰가 주를 이뤘다.

대통령이 위인전의 주인공이 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원칙과 소신의 대통령 윤석열』의 출판사인 깊은나무 관계자는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전에도 우리 회사의 아동도서 전문 브랜드인 스코프를 통해 박근혜, 문재인 등의 정치인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는 취지에서 비슷한 책을 냈던 만큼 이번 책에 특별히 다른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며 “지금과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코프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초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 이들을 조명하는 책을 냈다. 다산어린이 출판사 또한 어린이 인물 만화 시리즈 ‘Who? 인물’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 첫해에 다룬 바 있다.

과거의 위인전이 주로 역사적인 인물을 사후에 다뤘다면, 최근에는 김연아·일론 머스크처럼 아이들에게 친숙한 생존 인물을 다루는 경우가 늘었다. 더구나 요즘은 어린이들도 뉴스나 정보를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으니 잘 정리된 단행본으로 정치인을 ‘소개’하겠다는 기획에도 일리는 있다. 깊은나무 출판사 측은 “이번 책과 관련해 당선인의 공과 과를 따지는 것은 맞지 않다”며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자체를 업적으로 보고 그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린이들에게 교육 목적으로 읽히는 책에서 살아 있는 인물을 다루는 일에는 위험이 따른다. 과거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정계 입문을 선언했을 당시, 초중고 교과서에 의사 출신의 존경받는 IT 기업가로 안 위원장이 소개되자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교육부는 결국 교과서에서 안 위원장의 과거 업적 서술을 삭제하고, 정치인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생존 인물의 교과서 수록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인물의 공과(功過)에 대한 역사의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기 전에 펴내는 위인전은 일방적인 미화로 흐를 가능성이 있고, 특히 현직 정치인이 그 주인공일 경우 충분한 배경 지식이 없는 아이들에게 치우친 정치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위인전이 단순히 업적을 찬양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생존 인물을 다룬 위인전은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반드시 곱씹어 생각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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