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엇나가도 부모 탓 못하는 이유
자식이 엇나가도 부모 탓 못하는 이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4.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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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성장에 부모가 차지하는 역할은 어느 정도일까.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운운으로 시작하는 고루한 자기소개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고전 육성게임이 있다. 딸을 키우는 게임이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 딸의 체력, 지능, 도덕심 등 능력치가 달라지고, 이 능력치에 따라 딸은 왕이 될 수도, 학자가 될 수도, 예술가가 될 수도, 암흑가의 보스가 될 수도 있다. 입력한 그대로 출력이 나온다. 딸이 비행 청소년이 된다면, 그건 플레이어가 무언가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게임과 다르다. 아이는 절대 부모가 마음먹은 방향대로 자라 주지 않는다. 책 『양육 가설』의 저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인간의 사회화에 있어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기존의 통념인 ‘양육 가설’을 부정하며,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보다는 또래 집단을 통해 사회화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개인 간에 나타나는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50%는 유전적 요인이며 나머지는 성장 환경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 환경이란 부모의 양육방식을 뜻하는 좁은 의미가 아닌,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크고 작은 사회를 뜻한다.

신데렐라를 예시로 들어 보자. 무도회에서 신데렐라는 왕자님이 첫눈에 반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지만, 후에 신데렐라의 집을 찾아간 왕자는 신데렐라를 알아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집 밖에서 보는 신데렐라의 모습과 집 안에 있을 때 신데렐라의 모습이 판이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데렐라에게 두 개의 자아가 있었으리라고 추측한다. 신데렐라는 새엄마와 언니들에게 오랫동안 차별과 학대를 받으며 가정 내에서 그저 조용하고 유순하게 지내는 법을 터득했겠지만, 무도회에서는 (아마도 집 밖에서) 형성한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낼 수 있었다. 따라서 그가 집 안에서 겪었던 불행한 일은 집 밖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좋은 외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맹모삼천지교’하는 게 답일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아이들은 기계가 아니며 부모가 자녀를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주된 생각이다.

‘자식 농사’가 어려운 건 당연하다. 자식은 농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농사도 농부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비옥한 땅을 만들고, 물도 알맞게 주고, 최선을 다해 농사를 지어도 그해 농사가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반대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 둔 땅에서 기세 좋게 자라는 작물도 있다. 식물도 이런데 사람은 어떻겠는가.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자신의 연구가 ‘양육 가설’에 사로잡혀 과도하게 스스로를 자책하는 부모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 주기를 바랐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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