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단편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의 작가 레이먼드 카버는 훌륭한 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소설가로서 성공한 이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오직 시 쓰기에 매진했으며, 죽는 순간에도 시집 원고를 정리했다. 황인찬 시인은 ‘그의 진짜 재능은 시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평하기도 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카버 소설의 특징이 곧 시의 중요한 미덕이기 때문이다. 카버의 시는 그의 소설이 그렇듯, 일상적인 문장과 장면 속에 삶과 죽음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카버의 시를 한데 모은 이 책은 640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그의 소설을 사랑했던 독자라면 단편소설을 읽듯 푹 빠져서 읽게 될 것이다.
■ 우리 모두
레이먼드 카버 지음 | 고영범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640쪽 | 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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