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다] 아리스 비간츠 주한 라트비아 대사 “한국과 라트비아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대사에게 듣다] 아리스 비간츠 주한 라트비아 대사 “한국과 라트비아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3.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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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국가수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파견된 수교국가에서 외교교섭은 물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주재국에서 대사는 곧 국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에 대사의 말은 해당 나라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정보로 평가받습니다. <독서신문>은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통해 각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아리스 비간츠 주한 라트비아 대사 [사진=안경선 PD]
아리스 비간츠 주한 라트비아 대사 [사진=안경선 PD]

과연 라트비아란 나라가 어디 있는지 아는 한국인이 얼마나 있을까. 라트비아는 북쪽으로는 에스토니아, 남쪽으로는 리투아니아에 인접해 있는데 이들과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린다. 우리가 라트비아에 대해서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건 라트비아가 한국과 거의 지구 반대편 거리에 있을 정도로 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라트비아는 외세의 침입을 자주 받았다는 면에서 역사적 경험이 한국과 꽤 비슷하다. 과거 한반도에 있었던 나라들이 이민족의 침략을 자주 받았듯이, 라트비아도 오랜 기간 주변 국가들에게 끊임없이 시달렸다. 특히 라트비아는 러시아로부터 두 번 지배를 받은 적 있는데, 1917년까지 제정 러시아, 1940년과 1945년에는 소련에 의해 점령되었으며, 1991년 마침내 독립을 이룩하기 전까지 소련의 점령은 그 후 1990년까지 지속되었다. 1989년 라트비아인들이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인들과 함께 손잡고 675.5 킬로미터의 인간 띠를 만들었던 ‘발트의 길’은 가히 우리나라의 3‧1 운동을 연상케 하는 평화적 시위였다.

지난 14일 라트비아 대사관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발트3국 도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곳에서 한국 독자들은 라트비아라는 거울을 통해 되려 한국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독서신문>은 지난 2월 아리스 비간츠 주한 라트비아 대사를 만나 라트비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Q. 주한 라트비아 대사로 부임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한국에서 1년을 어떻게 보냈나.

“작년은 라트비아와 한국의 수교, 그리고 라트비아와 한국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지 30주년이 된 기념비적인 해였다. 이 뜻깊은 해를 기념하기 위해 작년에 많은 행사를 진행했다. 김포 아트센터에서는 라트비아 전시를 진행했고, 부산과 대구에서는 라트비아 영화제를 개최했다.”

Q.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많은 나라를 많이 다녔을 것 같은데, 그 나라들에 비해서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나.

“사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장점과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각국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체를 통해서만 한국이란 나라를 접해오다가, 실제로 방문을 하니 한국이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국에는 연장자를 공경하는 문화가 잘 녹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큰 감명을 받았다. 또 라트비아에 있을 때 내 지인도 케이팝의 엄청난 팬이어서 K-콘텐츠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 한국에 와보니 왜 K-팝이 사랑을 받는지 잘 체감할 수 있었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Q. 다른 대사들은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은 각별한 경험이라고 했는데, 라트비아 대사에게 한국 음식은 입에 맞는가?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한 것은 라트비아에 있는 ‘설악산’이라고 불리는 한식당에서였다. 라트비아 음식이 아닌 이국적인 음식을 먹어본 것은 이 식당이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음식을 먹어보고 ‘이게 한국 음식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 한국에 와서 한식을 먹어보니까 좀 차이가 있었다. 설악산의 음식들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실제 한국 음식은 재료라든가 종류에 있어서 다양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한국 음식들 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역시 김치였는데, 김치가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가장 특별하고 재밌었던 경험은 충청도 괴산에서 있었던 김장 행사라고 말하겠다. 그때 한국인들과 어울려 김치를 만드는 게 정말 재밌었다.”

Q. 서양인들에게 김치는 조금 매운 음식일 수 있는데, 괜찮았나?

“개인적으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에 매운 음식은 조금씩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치도 한꺼번에 많이는 못 먹고, 조금씩 소량으로 먹곤 한다.”

Q. 그에 비해 라트비아 음식은 어떤가.

“라트비아의 음식 종류도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지리적으로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과 가깝기 때문에 여러 국가의 다양한 음식이 골고루 영향을 줬고, 그것을 현지화하는 과정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라트비아 국민들이 먹는 주식은 단연코 ‘감자’라고 할 수 있다. 라트비아 사람들은 감자를 찌거나 튀기거나 굽거나 으깨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다. 또 여름에 먹는 차가운 수프가 있는데, 이것은 시원한 비트 스프다. 이 수프는 오이, 찐 비트 등을 넣어 신 맛을 낸다. 크리스마스에도 따로 먹는 음식이 있는데, 베이컨(돼지고기) 소스를 곁들인 갈색/회색 완두콩, 작은 파이, 양배추 및 소시지, 베이컨 롤, 진저브레드 등을 먹는다.

Q. 한국인에게 라트비아는 상당히 낯선 나라다. 라트비아에 대해 직접 소개를 부탁한다.

“라트비아는 한국과 다르게 지형이 굉장히 평평한 나라다. 라트비아의 가장 높은 산이 가이징칼른스 산인데 이 산은 서울의 남산보다 50m 정도 높다. 이 산이 가장 높은 산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라트비아의 국토가 얼마나 평평한지 알 수 있을 거다. 또 라트비아 전체 국토의 약 50%가숲으로 덮여 있어 녹음이 푸르른 나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발트해에 인접해 있어서 500km에 다다르는 해안선과 백사장이 이어져 있어 여름철 휴양을 즐기기에도 알맞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인들이 라트비아에 꼭 한번 방문해서 아름다움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Q. 지난해 양국이 수교 30주년을 맞았는데, 양국 간 교류 현황은 어떤가.

“코로나가 2년동안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간의 협력과 교류는 이제 막 재개되기 시작했다. 한 가지 희망하는 점은 한국의 고위급 관계자가 라트비아를 방문하는 시기가 어서 다가왔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의 고위급 정부인사 및 경제사절단의 라트비아 방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다. 라트비아 뿐만 아니라 발트 3국과 한국 정부 간에는 협의체가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 정치 및 경제 분야에 대해 정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양국간의 교역량은 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Q. 한국에 들어오는 라트비아의 주력 상품도 있나.

“가장 큰 교역 상품으로는 목재가 있다. 단순히 목재가 아니라 그 목재의 가치를 더해서 부가가치를 더한 상품들이 한국에 들어온다. 대표적으로는 내장용 목재 가공품 ‘플라이우드’가 있는데, 이 목재는 한국의 선박‧조선업계에 납품되고 있다. 그리고 라트비아는 한국 정부와 식품에 관련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유제품 같은 경우에는 최종 검열하는 단계만 남아 있어서 이 절차만 완료되면 라트비아의 유제품들을 한국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라트비아의 유제품을 하루빨리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한국과 라트비아는 역사적 경험이 꽤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에게서 라트비아인과 비슷한 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양국이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은 나라이기 때문에 독립이나 주권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비슷할 수도 있겠다. 두 나라 국민들은 내 나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기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 또 두 나라는 문화유산을 외세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한다. 이 밖에 국민들의 근면성실함, 연장자 공경 문화, IT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 등 양국의 비슷한 점을 모두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Q. 라트비아 사람들이 내성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아마도 북유럽 사람들의 특징이지 않나 싶다. 다만, 북유럽 사람들도 저마다 차이가 있는데, 일부 사람들이 말하기를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처럼 북쪽에 있는 나라 사람들은 조금 더 내성적이고, 리투아니아는 조금 더 외향적인 편인 것 같다. 그 사이에 있는 라트비아 사람들은 중간쯤이라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라트비아 사람들의 내성적인 정도는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 나쁜 게 아니라는 점은 말해두고 싶다. 2018년 라트비아는 런던도서전에서 #IAMINTROVERT(나는 내성적이다) 캠페인을 하며 라트비아 사람들의 속깊음과 상상력을 알리는 활동을 벌였다. 이 도서전에서 라트비아는 야니스 요녜브스의 소설 『옐가바 94』, 노라 익스테나의 여러 작품을 홍보하며 작가들의 내성적인 성격이 남다른 창의력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내성적인 라트비아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로 다룬 레이니스 페테르손스는 연작 만화를 통해 ‘부끄러워할 거 없어’라며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기죽지 말고 살라고 응원한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Q. 라트비아에서는 어떤 책이 인기인가?

“라트비아 사람들은 독서를 굉장히 좋아한다. 한가지 라트비아 독서 문화의 특별한 점은 라트비아에서는 매년 평균적으로 산문보다 시집이 더 많이 출간된다는 것이다. 라트비아에는 ‘다이나스’라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운문 형식의 민속유산이 있는데, 그 길이가 총 120만 편에 이른다. 이런 문화유산이 있는 라트비아에서는 해마다 열리는 시의 날 축제가 가장 오래된 예술제 중 하나이며, 2014년 카를리스 베르딘스의 시 「나에게 오라」는 런던 사우스뱅크 문학과 구어에서 선정한 세계 50대 연애 시에 들기도 했다.”

Q. 라트비아를 대표할 만한 작가와 작품 소개를 부탁한다.

“라트비아에는 『라츠플레시스』라는 역사 서사시가 있다. 라트비아의 민요와 전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기독교 십자군이 발트해 땅을 정복하여 라트비아를 점령하려고 했던 13세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서사시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라츠플레시스는 곰의 턱을 양손으로 잡고 찢어 죽일 정도로 괴력을 갖고 있었던 라트비아의 전설 속 영웅이다.라츠플레시스의 어머니는 곰으로 여겨지며 그의 초인적인 힘은 곰의 귀에 숨겨져 있었다. 그의 마지막 전투는 ‘검은 기사’라고 불리는 독일 십자군 싸움이었고 결렬한 전투 끝에 결국 둘다 다우가바강에 떨어지고 만다. 이 대서사시의 교훈은 언젠가 우리가 어둠을 이기고 라트비아인이 다시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메세지이다. 이 라츠플레시스는 그 어느 작품보다도 라트비아의 정체성을 잘 녹여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Q. 지난 14일부터 발트 3국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는 어떻게 구성됐나?

“이번 전시는 일단 라트비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라트비아에 대한 설명과 사진 자료를 먼저 마련해놓았다. 라트비아를 처음 들어보는 독자들은 이 자료들을 보면서 라트비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전시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라트비아 문학과 그림책들을 전시할 것이기 때문에 라트비아에서 어떤 책이 읽히고 쓰여지고 있는지 보면 재밌을 것 같다. 한편, 발트 3국이 같이 하는 행사인 만큼 우리 세 나라를 관통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발트의 길에 대해서도 전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한국인 독자들도 라트비아인들의 독립을 향한 열망에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지만 한국과 꽤 같은 면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Q. 라트비아에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떤 곳을 방문하면 좋을지 추천해주길 바란다.

“우선 수도인 ‘리가’에 방문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리가에는 도심 곳곳에 공원들이 있다. 그리고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여행 코스가 다르게 짜여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리가에서 서쪽으로 25km 정도 벗어나면 ‘유르말라’라고 하는 해양도시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은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100년이 넘는 목재 건물들이 즐비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한곳은 라트비아 남부에 있는 내 고향 ‘바우스카’다. 바우스카는 발트해로 빠져나가는 두 강의 지류가 합쳐져 있는 곳에 있는데, 이 지류 사이에는 스웨덴이 라트비아를 지배하던 시절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성이 하나 있다. 또 바우스카에 있는 북유럽의 베르사유 룬달레 궁전은 날씨가 따뜻할 때 가면 좋아할 곳 중에 하나다. 라트비아의 로코코와 바로크 양식의 정수인 이 궁전의 마당에는 프랑스식 정원이 쫙 펼쳐져 있고, 외관 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도 굉장히 화려해서 볼만한 곳이 많다. 음악 관련 페스티벌이 자주 열리는 ‘리에파야’, 유럽에서 가장 폭이 긴 폭포가 있는 ‘쿨디가’, 중세 시대의 성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꼽자면 ‘체시스’ 또는 ‘시굴다’도 한번 가보면 좋겠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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