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넘어선 유학, “농촌유학, 들어는 봤나?”
미국·중국 넘어선 유학, “농촌유학, 들어는 봤나?”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3.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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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고 했다. 사람은 서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며 말은 제주의 쾌청하고 드넓은 벌판에서 자라야 좋다는 뜻에서다. 서울에 세칭 ‘명문대’로 불리는 대학들이 즐비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아닌 게 아니라 서울에 ‘모든 게’ 있기 때문이다. 놀이도, 직장도, 미래도. 새삼스럽게 지적하자면, 한국 고등학생들에게 ‘인서울’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런 흐름에 유의미한 제동을 걸었다. 한강뷰가 아닌 논뷰, 밭뷰, 바다뷰가 각광받기 시작하더니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교육 대안으로 ‘농촌유학’이 대두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의 중심’인 서울에 얼마간의 균열을 내고 있는 셈이다. 책 『슬기로운 농촌유학』의 저자 이하정은 이 책에서 주도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한 농촌유학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농촌유학은 서울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이 업무협약을 맺어 서울에 거주하는 초‧중학생이 전남 소재의 학교로 1학기(1학기 더 연장 가능) 전학을 가서 생활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하정은 “서울 학생들이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마을-학교 안에서 계절의 변화, 제철 먹거리, 관계 맺기 등의 경험을 통해 생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며 “농촌유학을 통해 서울 학생들은 생태 친화적 농촌 환경 속에서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상호 협력하는 문화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상은 ‘창의적 인재’ ‘융합형 인재’ ‘틀에 박히지 않은 사람’을 원하는데 아이의 놀이부터 학습 공간, 경험까지 모든 것이 점점 더 틀 안으로 갇히고 있다. 날이 갈수록 틀은 더욱더 단단하고 견고해져서 ‘흙 한 번 만져본 적 없는’ 아이의 힘으로 도저히 깰 수 없는 강철 벽이 된다. - 김경희, 책 『틀 밖에서 놀게 하라』 中

이에 대해 저자는 “도시에서는 점점 흙을 보기 힘들어졌다. 놀이터 바닥에도 길고양이들의 배설물로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흙과 모래를 걷어내고 우레탄 바닥이 깔린 지 오래”라며 “심지어는 학교 운동장마저 흙 대신 인조 잔디가 깔리기도 한다. 그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매일 등교’와 ‘흙이 있는 자연’.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저자는 농촌유학을 택했다. 아이 역시 즐거워한다. 저자의 아이는 거리두기가 시행된 후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교를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다. 그는 “작년에 아이들은 1주일에 1~2번 학교에 갔다. 친구들과 노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랬던 아이가 월등에 와서 신세계를 맛본 듯하다”며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친구들이랑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노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단다”고 말한다.

앞선 언급처럼 농촌유학은 아이들이 생태 친화적 환경 속에서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상호 협력하는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농촌유학은 코로나 시대의 새롭고, 특별한 교육 대안이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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