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의외로 미래의 직업” SF 소설가 배명훈
“작가는 의외로 미래의 직업” SF 소설가 배명훈
  • 심완선 SF 전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0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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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SF를 좋아해 : 오늘을 쓰는 한국의 SF 작가 인터뷰집
독서신문에서 『우리는 SF를 좋아해』(민음사) 출간 전 연재를 시작합니다. 김초엽, 정세랑, 김보영, 듀나, 배명훈, 정소연 등 국내 유명 SF 작가 6인이 인터뷰이로 참여했습니다. 책 내용 중 하이라이트 부분을 공개합니다.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배명훈 작가

SF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러니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리는 장르라고 합니다. SF 전문 칼럼니스트 심완선이 오늘의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여섯 명의 SF 작가를 직접 만나, 새로운 이야기의 힘을 묻고 듣습니다. 글쓰기, 새로운 세계의 창조, 마감과 함께하는 작가의 일상, 그리고 무수한 가능성들의 우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는 올해 봄 단행본으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Q. 한동안 바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2021년에 일이 많으셨어요. [타워]의 개정판과 번역판, [안녕, 인공존재!]의 개정판, 에세이 [SF 작가입니다]와 소설 [빙글빙글 우주군]을 내셨죠. ‘SF 2021: 판타지 오디세이’ 전시와 관련 단편집에 참여하시고,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렉처 콘서트 ‘소소살롱’에 소리꾼 이자람 님과 출연하셨습니다. 특히 화성에 관한 연구를 하셨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한국 외교부 의뢰로 ‘인간이 정착한 이후 화성에서 펼쳐질 행성 규모의 거버넌스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하셨다고요. SF 작가로서 어떤 경험이었는지 궁금해요.

"외교부의 외교부 전략기획관실 국장님이 화성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어요. ‘미래에 화성에 사람이 살게 되면 그곳의 거버넌스는 어떻게 될까’ 하고요. 이를 연구할 만한 사람이 많진 않잖아요.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과학책을 들여다보고, SF적인 상상을 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의뢰를 받아서 2020년에 파일럿 연구를 했죠. 다행히 파일럿 연구가 잘 통과되어서 2021년에 본격적으로 연구를 했어요.

국제정치학으로 SF를 다루는 건 제게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특히 요즘의 국제정치학은 SF와 많이 맞닿아 있어요. 국제정치학의 첨단에서 다루는 주제가 미래국가론이나 우주 진출이거든요. SF적인 이야기를 진지하게 해요. 제가 본 책 하나가 『4차 산업혁명과 신흥 군사안보』인데 제일 많이 다루는 주제가 ‘킬러로봇’이에요.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무기 체계를 다루는 국제 규범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요. 이런 것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보이는 만큼 기존에는 SF로서 다루던 주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거죠.

저는 예전에 단편 「스윙바이」에 서술을 자동으로 하는 기계에 관해 썼는데요. 그때만 해도 자동서술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제 실현될 가능성이 보이죠. 화성의 거버넌스 연구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가 한 100년 후에 정말로 화성에 살게 되면 고민거리가 많이 생길 거예요. 하지만 누가 미리 고민을 시작해두면 그것만으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잖아요. 기초가 이미 마련된 셈이니까요. 이를 염두에 두고 연구보고서를 썼어요. 재미있었습니다."

Q. 소설 쓰기와 학술적 글쓰기의 차이를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두 글쓰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차이점은 많겠죠. 소설에서는 규명되지 않았거나 근거가 부족한 부분이라도 그냥 쓰면 되잖아요. 소설이 끼어들 만한 여백이에요. 그런데 학술 연구에서는 최대한 추측을 해야 해요. 관련된 근거, 자료, 논문을 찾아내서 빈 곳에 징검다리를 놓은 뒤에 주장해야 해요.

둘을 같이 하면 도움이 돼요. 글을 탄탄하게 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요. 연구 논문에서 글을 탄탄하게 하려면 문장력이 아니라 근거가 필요하잖아요. 소설에서는 논리적으로 말이 되면서 문장이 좋고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하고요. 그런데 둘이 크게 멀지 않아요. 보고서가 문장이 좋으면 글이 좋아요. 소설도 마찬가지로 근거에 도움을 받아요. 김초엽 작가님이 이를 잘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는데, 공부를 하면 문제를 찾는 능력이 생겨요.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하게 되죠. 자료를 많이 찾아볼수록 몇 단계 깊이 들어간 질문을 하게 되잖아요. 김초엽 작가님도 『사이보그가 되다』를 쓰면서 형성된 문제의식이 소설에 반영이 됐고요. 높은 차원의 질문을 던지잖아요. 연구를 하면 그런 질문으로 소설을 쓰게 돼요."

Q. 작가로서 직업 만족도는 어떤가요?

"직업 만족도는 전체적으로 안 좋은데, 매우 좋은 순간들이 있어요. 성취감이 있고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계속할 수 있는 일이죠.

그리고 제가 쓴 글이 저를 자꾸 다른 곳으로 보내요. 심채경 박사님과 대담했을 때 그분이 저보고 천문연구원에서 강연을 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천문연구원에서 행성과학자 분들을 모셔놓고 강연을 했죠. 제가 그분들께 강연을 하다니! 외교부 연구도 그렇고, 이런 경험이 특별합니다."

Q. 연구와 SF 소설의 관계는 어떤가요? 전에 계간 《문학동네》에서 천문학자이신 심채경 박사님과 대담하신 걸 봤거든요. SF가 과학적으로 정확한지 논쟁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진행될지 대충 알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SF를 과학적으로 따지다 보면 어떻게 되나요?

"과학자분들은 SF 소설을 분석하면서 자기는 문학은 모르고 과학 부분만 이야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과학적으로 맞는지 그른지요. 그런데 SF 작가들은 일부러 틀린 세계를 만들잖아요. 시간여행 이야기를 하면 과학자들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SF는 시간여행을 해요. 이에 관해 논쟁을 많이 해봤는데 대개 결론이 비슷하게 나와요. 내용은 달라도 유형이 비슷해요. 평행선이죠. SF 작가에게는 소모적인 논쟁이에요. SF와 과학의 관계, SF와 판타지의 관계, SF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Q. 비슷한 맥락에서, 예전에 은하제국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셨죠. 화성과 지구만 해도 시차가 나고, 「외합절 휴가」 등을 보면 그 몇 분의 시차부터 불화가 생기잖아요. 그러니 우주에서 중앙집권형 국가는 불가능하고 봉건제 형태 정도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와요. 하지만 SF 소설 중에는 거리를 뛰어넘어 연결되는 이야기도 많고요.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SF 작품을 보면 과학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사회과학적으로는 틀린 경우가 많아요. 우주 제국은 있을 수 없거든요. 제국이라면 현재의 국가보다 옛날 체제인데, 국가 체제조차 지구 하나를 커버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구연방도 말은 안 되거든요. 봉건제는 가능하죠. 군권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게 아니라 지방에서 보유하는 형태요. 제국이 되려면 지방과 소통하는 속도가 중요해요. 도로를 깔든 봉화를 만들든 연락이 충분히 빨리 이루어져야 해요. 급한 상황에 바로 대처하도록. 그러지 못하면 통제력이 없어져요. 그러면 분권해서 병력을 각 지역에 주둔시켜야겠죠. 지구와 화성 정도로만 멀어져도 통신에 시차가 생기고, 이동에는 더 큰 시차가 생겨요. 화성보다 더 멀면 당연히 분권해야죠. 그럼 제국 시스템은 불가능해요. 하지만 다들 그냥 넘어가죠. 과학 부분도 그렇게 틀려도 되지 않나 싶어요. SF에서는 과학적으로 정확한지가 아니라, 틀린 과학을 통해 작가가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은지가 중요하잖아요.

아, 『첫숨』의 스페이스 콜로니는 도시국가 형태여서 봉건제와는 맥락이 달라요. 지구의 일부가 아니라 아예 별개의 공간이죠. 현재 국제정치학이 가정하는 점이, 국가는 기본적으로 서로 대등한 단위라는 거예요. 나라 크기가 달라도 1국가 1표 체제죠. 하지만 인류가 우주로 나가면 그게 깨져요. 국가보다 훨씬 작은 단위도 가능하고, 행성 단위도 가능해요. 대등하지 않은 단위가 같이 존재하는 거예요. 첫숨은 그런 상태의 도시국가고요. 이상한 상황은 아니에요. 근대 이전에는 본래 그랬으니까요."

Q. 마지막으로, 요즘 팬데믹으로 변한 점이 있나요? 생활의 변화, 생각의 변화 등이요.

"많이 변하긴 했지만, 소설가들은 대체로 비대면 업무를 하잖아요. 이전 연구를 보니 현재 팬데믹 시대에 하는 업무처리 방식을 이미 예견했더라고요. 그 시절 연구보고서를 보면 ‘이거 내가 지금 하고 있는데’ 싶어요. 작가가 의외로 미래의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몇 년 전부터 이미 책을 내기까지 편집자를 한 번도 안 만나도 됐어요. 종이가 오갈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맥락에서 일거리는 계속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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