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에 ‘BTS’는 있고 ‘한국’은 없다
유럽 안에 ‘BTS’는 있고 ‘한국’은 없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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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던 ‘K-방역’이 한동안 논란이 된 적 있었다. 유럽의 보건 전문가들이 한국의 ‘감염자 동선 추적’ 등의 코로나 대응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고 권위적인 정부에 순종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동양과 달리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서양에서 한국의 방역모델을 도입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한국인들이 방역 지침을 지킨건 순종적인 기질 때문이었을까.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단락 됐지만, 이는 유럽인들의 오리엔탈리즘(서양인들의 사고 속에서 드러난 ‘동양’에 대한 편향적인 인식)적인 시각이 확인된 사건이었다.

과거와 달리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은 꽤 높아졌다. 한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에 달하는 강국으로 불리고 있으며, BTS나 봉준호, 손흥민 등 각자의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들이 한국의 우수함을 알리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인지도는 점점 높아져 가는데 왜 그들의 시선에 한국은 아직도 ‘유교 국가’이며, 한국은 ‘순종적인 사람’들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스위스로 넘어간 김진경 씨가 쓴 책 『오래된 유럽』은 유럽인들에게 드러나는 오리엔탈리즘적인 관점을 분석한다. 저자는 “BTS가 세계를 제패했으니 서구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위상도 BTS 급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BTS의 노래와 안무를 다 외우는 내 친구는 한국인의 밥상에 간장과 스윗앤사워 칠리소스가 매번 기본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실 유럽인들이 잘 모르는 나라는 한국 뿐만이 아니다. 유럽인들은 아시아인들 전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 않다. 학교에서 아시아에 대해서 배운 적도 없고 배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탓이다. 국사는 물론 유럽과 미국의 역사를 겉햝기 식으로라도 배우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저자는 “알렉산더 대왕과 징기스칸의 정복 루트, 아시아까지 이어진 마르코 폴로의 탐험로, 남부 스페인을 점령했던 무슬림 세력, 아편전쟁,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역할 등이 아시아에 대해 배우는 내용”이라며 “많은 유럽인에게 아시아란 ‘지중해에서 일본에 이르는 거대한 덩어리’”라고 설명한다. 다른 문명에 대한 학습이 이뤄지지 않는 교육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유럽인들의 다른 문화권에 대한 몰이해가 혐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유럽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다른 아시아인들이 겪은 차별이 대표적인 예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유럽인들은 동양인이 보이면 모욕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유럽은 여성‧아동‧장애인‧성 소수자 등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놓았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그들이 갖고 있는 다른 문화권에 대한 뿌리깊은 고정관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국내에 인권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대안을 살펴보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유럽에 대한 동경의 시선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런 유럽인들의 태도는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저자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이미 선도 국가의 위치에 섰다”며 “‘어떻게 유럽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는 유효기간을 상실한 질문”이라고 전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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