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조선시대에는 돈 대신 ‘이것’을 줬다
재난지원금, 조선시대에는 돈 대신 ‘이것’을 줬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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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

2002년 16대 대선 토론에서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는 말을 남기며 화제를 낳았다. 그의 말대로 결국 복지 정책이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들의 살림살이를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는 일일 것이다. 국민의 생활 향상과 사회 보장을 위하여 펼치는 정책.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의 복지 정책을 내놓으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책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의 저자 박영서는 조선을 ‘복지 국가’로서 규정한다. 그는 조선의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복지 국가로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고민한다. 그간 여러 관점을 통해 조선사를 조망한 책들은 많았지만, ‘복지 정책’이라는 키워드로 조선사를 바라본 책은 극히 드물었다. 박영서는 “조선에도 복지 정책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어떤 형태였을까?” 등의 물음을 던지며 조선 태조의 즉위선언문을 인용한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을 챙기는 일은 왕의 정치로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일이니, 당연히 그들을 불쌍히 여겨 도와줘야 할 것이다.

환과고독이란 늙어서 아내 없는 사람, 늙어서 남편 없는 사람, 어려서 어버이 없는 사람, 늙어서 자식 없는 사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박영서는 “태조의 메시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환과고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고려의 끔찍한 사회상과는 다른 이상 사회의 모습을 제시한 것”이라며 “다시 말하면, 이는 곧 ‘복지’를 조선이라는 나라의 기틀 중 하나로 삼겠다는 정치적 선언이었다”고 말한다.

박영서는 조선의 복지 정책을 크게 구황 정책, 의료 복지 정책, 취양 계층 지원 정책 등으로 나눈다. 특히 그는 ‘진휼’과 ‘환곡’을 조선 복지 정책의 핵심으로 본다. 구황(救荒)은 흉년 등으로 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을 주는 조선의 대표적인 복지 정책이다. 이 구황 정책 안에 진휼과 환곡이 있다.

먼저 진휼부터 살펴보자. 진휼은 오늘날로 보자면 ‘재난지원금’에 해당한다. 박영서는 “진휼이란 천재지변이나 기근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의 사람들에게 곡식 등을 지급하는 제도”라며 “복지 정책에 관심이 많았던 세종(195건), 영조(382건), 정조(268건) 재위기, 그리고 역대급 대기근이 있었던 현종(403건), 숙종(407건) 재위기는 진휼이 국책 사업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추진되었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환곡이다. 환곡은 이른바 ‘조선의 국민연금’이었다. 환곡은 곡식을 관아에 저장했다가 백성들에게 봄에 꾸어 주고 가을에 이자를 붙여 거두던 정책이다. 환곡이 미리 받아서 쓰고 국가에서 돌려주는 시스템이라면, 국민연금은 국가에 미리 돈을 주고 나중에 그 돈을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환곡은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이었으나 후기에 와서는 탐관오리들이 이자를 높게 붙여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자금의 운용 문제로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다시 말해 환곡과 국민연금 다 사회보장제도이지만 제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운영되었던 환경은 상당히 다르지만, 궁극적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환곡은 국민연금과 공통점이 있다”며 “따라서 환곡은 사회보장제도의 장단점을 역사 속에서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선례”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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