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리 없이 선전하는 책이 있다. 표지에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가 그려져 있다.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는 그의 머리 위 노란 조명등 불빛만이 오롯하다. 독서 삼매경에 푹 빠져있는 남자는 무엇을 그리 재밌게 읽고 있는 것일까.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는 이제 막 독서와 친해지고자 하는 초보 독자를 위한 책이다.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거나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지 막막한 독자에게 이 책은 친절히 손을 건넨다. 저자가 소개하는 26권의 책을 통해 독서에 재미를 붙여보는 건 어떨까. 저자는 책을 읽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알리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 의도답게 이 책은 이야기하듯 쉽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문학, 고전, 일상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각 주제는 독립적이기에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니 끌리는 주제를 골라 입맛대로 읽어 가는 것도 괜찮다. 한 주제의 분량도 7~8장 정도로 호흡이 짧다. 오랜 시간 책 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독자일지라도 차근차근 읽어볼 만 하다. 책 내용 사이사이 저자의 일상 이야기는 경첩 같은 역할로 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양날의 검과 같은 면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지식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이 있다. 다수 책의 핵심 내용만을 짚어 서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예상 독자를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된 방식이기에 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 주의해야할 점은 독자의 지적 허영심이다. 자칫 소개된 책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전체 내용을 보기 위한 도움닫기일 뿐이다. 정보의 맥락과 함의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요약이 아닌 전체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목차도 아쉬움을 남긴다. 단순히 인문학, 고전, 일상의 세 분류로 나누기에는 그 얼개가 대략적으로 느껴진다. 가령 ‘인문학’이라는 분류 안에서 연필, 빵, 고고학, 불가살이, 보자기 등의 주제는 일관성 없이 나열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빈번히 일어나는 주제 전환이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아예 목차를 재구성한다면 어땠을까? 역사, 음식, 생물 등으로 세분화해서 말이다.
[독서신문 강희원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