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사람의 뇌에는 웅성거리고 흥얼거리는 그 모든 목표를 관리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행동 과정을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그 일을 너무나 잘해서, 우리는 매일의 일과를 그저 일상으로만 본다. 그러니 누구도 커피로 시작하는 매일 아침을 주제로 거창한 블록버스터를 제작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부분 일을 해내는 능력을 아주 당연히 여기고, 그래서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하는 드문 경우에만 그 능력에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사실 이 능력은 아주 이례적이고 경이로우며, 그와 동시에 안타까우리만치 허약하다.<14쪽>
우리는 자신이나 남들이 어떤 일을 해내지 못하는 걸 보고 그것을 해석할 때 보통 이 간극을 간과한다. “탄산음료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삼촌이 알기만 한다면, 하루에 세 병씩 마시지 않을 텐데. 삼촌에게 이메일로 당뇨병을 다룬 기사를 하나 더 보내주자.” 삼촌은 학교에서 설탕과 비만의 위험에 관한 수업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업을 받았더라도 꾸준히 실천하도록 자신의 삶을 조직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요컨대, 안다는 것은 그 싸움의 절반일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32쪽>
인지조절 덕분에 우리는 생산적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진화적으로 내장된 프로그램이 없는 과제들도 상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인지조절의 생산성은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전에 수행한 임무에서 먼저 수집한 부분을 결합하고 재결합하여 구성적 행동 구조가 작동할 때 이루어진다.
특히 생산성과 구성성이라는 두 성질은 인간 특유의 또 다른 적응 기능인 언어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언어와 인지조절은 관계가 밀접하며, 이 둘이 적응 과정에서 성공한 것은 어느 정도는 다른 쪽의 사정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실제로 둘이 완전히 분리된 체계인지 아닌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67쪽>
[정리=전진호 기자]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 김한영 옮김 | 해나무 펴냄 | 492쪽 | 1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