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본 기업가의 경영 철학
어느 일본 기업가의 경영 철학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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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미나 페르호넨’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1995년 설립된 이 브랜드는 자연을 모티브로 한 무늬, 간결함에 위트를 더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창업주는 미나가와 아키라. 1967년생인 그는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머무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 고군분투의 증거가 바로 책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이다. 이 책에는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격조 높은 미의식을 보여주는 미나 페르호넨 이야기와 미나가와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미나가와의 신념과 경영 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임금이 싼 외국에 발주하지 않고 국내 섬유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지키는 것, 할인 판매 없이 고객이 구매한 옷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 등을 예로 든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도외시한 낭만적인 태도일 뿐이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미나가와는 단호하다. 경영철학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국내의 섬유 산업과 긴밀히 제휴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일본 내 섬유 산업 종사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대개의 선진국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3세계에 문어발식으로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미나가와는 국내 생산자와 일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물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옷감이나 디자인의 디테일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려면 생산자와 직접 얼굴을 맞대야 한다. 때에 따라 공장에 직접 달려가 생산자와 논의해야 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임금이 싸다는 이유로 제조를 외국에 발주할 수는 없다는 게 미나가와의 설명이다.

미나가와는 생산자와 지근거리에서 소통하고 호흡하면서 일본 국민들에게 미나 페르호넨을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로 각인시켰다. 그는 “우리는 영락없이 작은 규모로 시작한 회사다. 그 출발점을 잊지 않고 기술이 뛰어나고 꼼꼼하게 일을 하는 작은 공장들을 배려하면서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갔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미나가와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의사소통도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래서 그는 공장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실제로 물건을 구입하는 ‘직영점’과 ‘소비자 직거래 판매(D to C, Direct-to-Consumer)’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미나가와는 “직영점은 각 매장의 개성을 살리는 데에 집중하고 온라인숍에서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상정해가면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브랜드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사람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미나가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갈수록 비대면 사회로 변화해가는 시점에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페르호넨은 ‘나비’를 뜻하는 핀란드어다. 꽃에서 꽃으로 나풀나풀 날아가는 나비처럼 지금도 미나가와는 사람과 사람을 직접적으로 ‘잇는’ 브랜드를 만드는 중이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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