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과 사유리도 선택한 ‘비혼 가정’, 그 속에 담긴 또 다른 의미…
홍석천과 사유리도 선택한 ‘비혼 가정’, 그 속에 담긴 또 다른 의미…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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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을 입양한 퀴어 연예인 홍석천. 결혼보다 출산을 먼저 선택한 방송인 사유리. 그들은 자발적으로 비혼부, 비혼모가 된 경우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비혼이지만, 혼자 살지 않고 가정을 꾸렸다. 결혼이라는 전통적 수순을 뺀 그야말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자, 이성과 결혼해야만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펀치를 날린 셈이다.

책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의 저자 백지선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0년과 2013년, 차례로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 혼인에 기반한 전통적인 가족 관계를 거부한 것이다. 그는 배우자 없이 어머니, 형제자매와 양육 공동체를 만들어 일종의 ‘현대판 모계사회’를 구현했다. ‘결혼’보다는 ‘입양’이 자신의 삶을 훨씬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백지선은 “내가 결혼하지 않고 두 아이를 입양했다는 걸 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기곤 했다. 비혼 여성 중에는 나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키우고 싶다는 여성들을 종종 보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여긴다면,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서 키울 비혼 여성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비혼입양 가정’에 한정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자유와 책임, 사랑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동물을 가족으로 택하는 것처럼 이혼율이 치솟고, 출산율이 급감하는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적극 모색하는 일은 자유로운 인간의 책임감 있는 행동 혹은 사랑과 연대에 기반을 둔 공동체 이룩하기 등으로 수렴한다.

나아가 백지선은 자유와 책임, 사랑과 연대를 ‘보호대상아동’ 이슈에 접목한다. 보호대상아동이란 학대와 방임으로 양육자와 분리되었거나 양육자가 부재해 국가가 보호하는 아동을 말한다. 한국과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나라에서는 보호대상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아동보호 제도가 잘 발달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동보호에 투입되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는 “아동보호 문제 자체가 정부 책임이 아니라 아동보호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 가가 정부의 책임”이라며 “아동보호가 획기적으로 진전되려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 사회복지법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잡한 아동보호 문제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반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처럼 백지선은 비혼입양 가정을 이루면서 입양뿐만 아니라 아동보호 제도 전반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비로소 좋은 나라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가장 가까운 대상과의 사랑이 씨앗이 되어 이웃에 대한 사랑, 약자에 대한 사랑으로 확대될 때 이 세상은 정말 살 만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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