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힘든 나만의 고통을 더는 법
말하기 힘든 나만의 고통을 더는 법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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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에게도 잘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너무 특별하거나 반대로 너무 흔한 일이 그러하다. 전자는 정말 희귀해서 보편적으로 이해받지 못할 두려움 때문에 그렇고, 후자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 가벼운 것으로 치부당할 노파심 때문에 말하기가 꺼려진다. 만약 그 일이 질병과 관련한 것이면 어떨까. 내가 가지고 있는 질병이 타인으로부터 쉽게 용인되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는다면 말이다.

책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의 저자 오희승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샤르코-마리-투스(CMT)’라는 희귀병과 ‘퇴행성 고관절염’이라는 상대적으로 흔한 병을 앓고 있다. 그는 “아픔을 이야기하기 위해 설명해야 했던 이 병명들은, 하나는 너무 드물어서 이해시키기 어려웠고 또 다른 하나는 너무 흔해서 변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술회한다.

말하자면 오희승은 두 질병 사이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을 버티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여성인 셈이다.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는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에서 부유하는 삶을 살아온 그가 자신의 몸과 상처에 대해 적어놓은 책이다. 특히 오희승은 자신의 질병에 대한 개인적인 하소연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신체적 고통을 가정과 사회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의 설명은 바로 불편한 몸으로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까 고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자신과 진정으로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그는 솔직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이야기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통의 연대’이다. 오희승은 “고통을 혼자만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어진다”며 “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정신을 차리게 한 것은 고통을 표현할 언어의 발견이었다”고 말한다.

고통에 직면했을 때 끝끝내 응시하며 충분히 애도하고 바닥까지 다 쓸어버리고 나면, 다시 떠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믿음을 가능하게 한 것은 함께 고통을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의미 있는 서사를 뽑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손잡아준 이들이었다. - 오희승,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中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상담을 통해 점차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됐고, 외부적으로는 독서 클럽에서 또래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점차 고통을 표현할 언어를 찾았고, 고통의 연대를 이룰 수 있게 됐다. 그는 “삶의 풍경 속에서 때로는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만끽하고 나누는 일도, 결국 고통을 나누면서 가능했다. 그것이 살아 있는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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