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로 2022년을 다시 시작합시다
‘정리’로 2022년을 다시 시작합시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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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나에게 익숙했던 시간과 공간을
얼마쯤 비우고 내어주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 박준, 『계절산문』 中

‘시작’이라는 명사를 동사로 표현한다면, ‘나아가다’ ‘전진하다’ ‘진출하다’ 등이 될 것이다. 당연하다. 시작은 앞을 내다보고, 앞으로 걸으면서, 미래의 일을 생각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 박준은 책 『계절산문』에서 시작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얼마쯤 비우고, 내어주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그가 말하는 시작에는 역설적으로 ‘돌아보다’ ‘비워주다’ ‘회상하다’ 등의 행위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새해 계획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을 호기롭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박준이 지적한대로 시작하기에 앞서 ‘돌아봄’과 ‘비워냄’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집밖을 나가기 전에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가스 밸브는 제대로 잠갔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돌아봄’과 ‘비워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청소’다. 청소는 기분 좋은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이다. 또한 청소는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짚어보게 한다.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물건 하나가 새로운 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청소할 때도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완벽’을 버리는 것.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면 청소 자체를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 『미니멀라이프 청소와 정리법』의 저자 김수정은 ‘SNS에 청소 선언하기’ 방법을 추천한다.

그는 “아무리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는 인스타그램에 ‘이번 달 중에 청소해서 사진을 올리겠습니다’라고 청소를 선언하자”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청소를 분산하는 것이다. 앞선 언급처럼 한 번에 전부 깨끗하게 하려고 하면 지쳐 쓰러진다. 매일 조금씩 나눠서 청소하면 부담이 줄어든다. 특히 자주 할 수 없는 화장실 청소, 현관 및 테라스 청소, 세탁기 청소, 방충망 및 창틀 청소, 신발장 청소 등은 매월 청소 리스트에 넣고 달마다 꾸준히 관리한다.

물리적인 청소가 끝났다면, 다음은 ‘심리적인 청소’이다. 사람들이 새해에 많이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인간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다. 혹시 나가고 싶은 SNS 단체대화방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나가자.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소식이나 시시콜콜한 농담은 일상에 미묘한 파장과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매일 아침 쓸데없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차단해보자. 바로 관계 청소다.

아무리 친한 사람도 내게 해악을 끼칠 수 있다. 고향에서 죽마고우처럼 지낸 친구라고 해서 나를 상처내면서 까지 만날 필요는 없다. 관계의 이치라는 것은 묘해서, 누군가 떠난 자리에는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온다. 책 『관계의 물리학』의 저자 림태주는 “자꾸 애쓰고 참아내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나를 위한 관계가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관계가 틀림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과감하게 정리하자. 그래도 관계는 남아돌고, 그래도 신경 쓸 일은 천지에 널렸다”고 덧붙인다. 그의 말처럼, 시작하기에 앞서 과감하게 주변을 청소하자. 너저분한 환경과 불필요한 사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당신이 지금 손에 꼭 쥐고 있는 것들을 놓는다고 해서 당신의 삶과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늘을 보내야 내일이 오는 것처럼, 비워내야 새로운 것들을 채울 수 있다. ‘비워냄’을 통해 2022년을 다시 시작해보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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