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삶이 힘들다면, 산문집을 펼쳐보자
[발행인칼럼] 삶이 힘들다면, 산문집을 펼쳐보자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2.02.0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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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인과 소설가들의 산문집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산문집의 매력은 시와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들의 솔직하고도 내밀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시‧소설에 비해 산문은 상대적으로 ‘투명한’ 글이다. 과거 소설가 김중혁은 소설가는 소설 뒤에 숨을 수 있지만, 에세이스트는 에세이 뒤에 숨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산문을 쓸 때도 어느 정도의 문학적 상상력이 동원되겠지만 시나 소설만큼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김중혁이 최근 펴낸 산문집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를 살펴보자. 이 책에는 제목 그대로 일상을 잘 살 수 있는 김중혁만의 독창적인 방법이 담겨 있다. 일상적인 것들을 비틀고, 뒤집어서 바라보자는 태도가 책 전반에 깔려 있다. 특히 소설가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 지에 관해 상세하게 서술돼 있어서 소설 쓰기뿐만 아니라 창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로 문단과 독자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시인 정현우의 첫 번째 산문집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도 인기다. 이 산문집은 시인이 어린 시절에 쓴 일기가 초고가 되었다고 한다. 소년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사랑과 상실의 감정이 형형한 책이다. 시인은 슬픔 속에서도 마침내 사랑으로 설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산문집이지만 시처럼 짧은 글들이 많다는 것 역시 이 책의 특징이다.

시인 박준이 최근에 펴낸 두 번째 산문집 『계절 산문』도 눈길을 끈다. 첫 번째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20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 산문집 역시 반응이 심상치 않다. 계절이 변화하는 길목에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편지처럼, 때로는 소설처럼, 때로는 시처럼 읽히는 묘한 매력을 풍기는 산문집이다.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 안도현도 최근에 『내게 왔던 그 모든 당신』이라는 제목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책머리에서 그는 “그래도 살아갑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으로”라고 적었는데, 이 문장처럼 시인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작고 느린 것’의 가치를 희망찬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아울러 자연 속에서 만난 새와 식물들을 찬찬히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인상적인 책이다.

소설가 박서련의 첫 산문집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도 주목할 만하다. 소설가로 등단한 후 쓴 일기들을 엮은 이 책은 박서련의 사적인 고백록처럼 보인다. 그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가감 없이 언어화한다. 괄호와 말줄임표, 줄표가 많이 쓰이는 것도 특징이다. 어떤 문장엔 마침표도 생략했다. 이러한 그의 문체는 독자들을 묘하게 끌어당기는데, “일기 말고는 내 편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는 그의 솔직함과도 잘 어울리는 문체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임을 깨닫게 하는 산문집, 우리 삶의 그 어떤 슬픔도 그저 살아가는 보통의 이야기로 느끼게 해주는 마법의 진통제, 힘든 시기 힘든 삶을 살아가는 모든 독자분들에게 산문집 한권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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