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있는 단어’ 사용하기란?
‘존재감 있는 단어’ 사용하기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1.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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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영미문학과 교수이자 책 『퍼스널 스토리텔링』의 저자 토머스 리처드는 글쓰기에서 ‘존재감 있는 단어 사용하기’를 강조한다. 그는 “종이에 적힌 단어에는 그 단어만의 존재감이 있다. 이 점을 잘 알고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타인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단어가 존재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처드는 “보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필요하다. 살아 있는 존재, 그것에 대한 느낌, 그것에 대한 생각을 단어가 표현해야 한다”며 “이 세 가지 조건이 통합될 때 단어는 누군가의 삶으로 완벽하게 들어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보자.

그들은 피곤해 보였다.

위 문장에서 이미지화할 수 있는 단어는 ‘피곤’이다. 몸이나 마음이 지쳐 고달픈 상태를 나타내는 이 말에 ‘존재감’을 부여하려면 문장을 어떻게 변형해야 할까? 저자는 “‘피곤’처럼 의미가 담겨 있고 울림을 주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 관찰한 상황을 글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피곤’을 ‘관찰’하자는 것이다.

한 남자가 피곤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는 추워 보였지만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변형된 문장은 독자들에게 여러 가지 상상을 촉발한다. 우선 이전 문장보다 구체적이다. 불특정 다수를 그저 ‘피곤해 보였다’고만 묘사하지 않고, 한 사람을 특정해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추워 보였지만 땀을 흘리고 있었다’는 문장은 세심한 관찰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 아마도 그들은 갱도의 광부처럼 한 겨울에도 뜨거운 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일 것이다. 위 문장을 조금 더 길게 변형해보자.

그의 눈에는 피곤이 쌓여 있었다. 몸에는 석탄 가루를 뒤집어썼다. 시커먼 얼룩으로 범벅이 된 팔과 다리는 겨울 혹한을 견디는 나무에 달린 시커먼 가지처럼 그의 몸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이제 ‘피곤’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보편적인 상황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이 됐다. 단어를 복수의 형태보다는 단수의 형태로 사용할 때 훨씬 더 수월하게 풍부한 묘사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묘사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또 피곤을 ‘쌓다’라는 표현을 통해 피곤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위 문장에서는 ‘직유법’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직유법은 비슷한 성질이나 모양을 가진 두 사물을 ‘같이’ ‘처럼’ ‘듯이’와 같은 연결어로 결합해 직접 비유하는 수사법을 말한다. 리처드는 “은유법보다는 직유법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직유법은 비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두 사물을 비교해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종합해보자. ‘피곤’이라는 단어에 존재감을 부여하려면 ‘피곤한 대상’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면밀하게 관찰할 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가 촉발한다. 그 정서가 단어에 존재감을 부여하고, 빛나게 한다. 바로 단어와의 거리감이 사라지고 마침내 친구가 되는 방법이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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