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과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확대되면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체육이란 동물의 살이나 뼈를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도 맛과 식감을 고기와 닮도록 만들어낸 인공 육류다. 콩고기(콩류와 밀 등을 섞어 만든 식물성 고기)는 가장 잘 알려진 대체육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육 소비 문화가 좀 더 보편화된다면, 인간의 건강은 물론 지구 생태계에도 많은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본다. 소의 트림과 방귀에 포함된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콩고기를 비롯한 식물성 고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원래 고기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흉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개량을 거듭한 끝에 콩고기의 맛이 이전보다 나아졌다지만,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선택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콩고기 특유의 콩 비린내는 콩고기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간의 혀를 만족시키면서 동물 복지와 환경에 무해한 고기를 만드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분명 어려운 조건임에도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체육이 있다. 바로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로부터 채취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들어낸 인공 고기다.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는 도축을 하거나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가 없다. 동물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생체 검사로 채취할 수 있다. 이 채취한 세포를 배양액에 담그면, 세포는 신기하게도 스스로 분열하고 복제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세포 덩어리인 ‘조직’을 형성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먹는 고기가 되는 것이다. 특히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3D 프린터에 넣으면 마블링이 완벽한 와규 소고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배양육 산업은 과거부터 가성비가 그다지 좋지 못한 산업이었다. 실험실에서 세포를 다루는 일인 만큼 고급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하고, 이들의 작업 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포 배양육의 생산 비용은 상당히 높았다. 2013년 배양육으로 만든 버거용 패티가 출시됐을 당시의 가격은 25만유로로, 한화로는 약 3억 3600만원이었다. 이는 대체육 시장에서 배양육이 콩고기보다 주목받기 힘든 요인이기도 했다.
최근 배양육 산업은 지속적으로 생산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책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을 쓴 식품‧농업 분야 저널리스트 체이스 퍼디는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도전적인 스타트업 집단은 단 3년 만에 큰 폭으로 진보하며 배양육의 생산 비용을 극적으로 떨어뜨렸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멤피스미츠’라는 푸드테크 기업이 2017년 세포배양 닭고기의 가격을 500그램에 9천 달러로 낮췄었는데, 이듬해 같은 양임에도 그 가격을 1천 달러 이하로 떨어뜨렸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멤피스미츠를 비롯한 여러 푸드테크 기업들의 노력과 경쟁으로 2030년에는 배양육이 일반 육류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배양육은 지속가능한 육류 소비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배양육의 가장 큰 장벽은 아직 먹어본 사람이 얼마 없고, 이 기술을 알지 못하거나 회의적인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라며 “전 세계 어디에 살든, 미래의 고기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