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의 학문적 자취
도산서원의 학문적 자취
  • 신금자
  • 승인 2006.06.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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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자[수필가]



어느 새 나뭇잎이 치렁치렁 푸른 그늘을 지우고 산골 마을로 뻗은 신작로는 인적도 차량도 드물어 햇살을 받고 무료하다. 지난 31일 경기문협에서 일찍 투표를 하고 안동 선비들의 풍류를 맛볼 문학기행에 나섰다.
 세계적 성리학의 대가이신 퇴계선생이 수십 번이나 관직을 뿌리치고 물러나 자연을 벗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던 자취를 돌아볼 참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너무 잘 어우러졌다. 그런즉, 서당을 지어 학문을 하는 곳도 그윽한 운치로 자연을 벗할 수 있어야 했다. 도산서원도 청량산을 끼고 낙동강 물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강가에 노니는 바람도 서원으로 통하는 좁은 오솔길로 불러 오고 산허리 절벽이 절경이라 자주 이 곳에서 퇴계선생과 유생들이 산책과 사색에 들었다. 이는 문헌에 나오는 아름다운 필치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축담 사이사이로 기왓장 켜켜이 개켜 넣은 것은 물론, 목재 건축물에 얹혀진 기와지붕은 아무리 보아도 정갈하고 도도한 한옥의 은근한 멋을 놓을 줄 모른다. 처마 끝, 서까래 혹은 용마루에서 느끼는 잿빛 의연함은 옛 선현들의 멋과 의식이 흐르는 심미적 산물이다. 그리고 매화와 대나무, 솔, 국화를 좋아한 이야기가 정원에서 후문까지 닿아 있어서 이제는 가신님의 소박한 숨결로 피어난다.  ‘매화원’ 그리고 서당 앞에 선생이 거처하던 곳의 대문만 여염집처럼 싸리로 짠 ‘유정문’이며 돌우물인 ‘열정’의 조그만 표시석에도 선생의 청렴한 성품이 배어있다.
 
 본디 퇴계선생이 지은 ‘도산서당’은 세 칸밖에 되지 않는 작은 건물이었다. 완락재(玩樂齋) (몸소 거처하여 제자를 가르치던 곳)와 암서헌(巖栖軒)(후학을 교육하시던 곳), 농운정사(?雲情舍)(학생들이 공부하던 곳)로 당시 이 세 칸을 짓는 데도 재정적으로 어려워 4년이나 걸려 완공했다. 또 하나 그 분의 살뜰한 후학 양성은 방이나 마루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심어 고안한 현판에서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서당 서편 농운정사 공부방 건물에도 온통 현판이 걸려 있다. 그 뜻을 익히고 마음속에 깊이 새기어 걸어두기를 바랐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편액되어 오늘날까지도 엄숙히 버텨 이 고을뿐 아니라 나라전체에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답사할 수 있는  ‘도산서원’은 퇴계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4년이 지난 1574년 제자들과 유림에서 그 분의 뜻을 높이 기리기 위해 지었으며 친히 선조임금이 한석봉 친필 현판을 내렸다. 그 후 1970년 정부에서 진입도로를 넓히고 서원 보수까지 대대적으로 정화하여 사적 보호에 힘을 실어 주었다. 유생들이 머물러 식사하고 잠을 잤던 곳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수양하며 잠시 쉬어가기도 하라는  ‘관란헌’도 의미가 깊다. 관란(觀瀾)이란 수중의 큰 물결을 잘 관찰한다는 뜻을 지닌바 이를 따와서 현판으로 내걸었다. 다시 말해 ‘농운정사’는 기숙사였고 퇴계선생이 살아계실 때 몇몇 제자들이 힘을 모아 세운 ‘역락서재’가 있긴 했지만 ‘광영실’이란 서책보관소를 더 세웠다. 동, 서 두 곳에 습해를 막기 위해서 누각으로 지었다. 그리고 사제간 학문을 강론하던 ‘전교당’을 중앙에 두고 책의 목판본 보관 장소인 ‘장판각’에는 선조어필, 퇴계선생문집, 유묵, 언행록, 병서, 도산십이곡 등이 보관되었다가 지금은 한국국학진흥원으로 보내졌다. 그 외 퇴계선생의 위폐를 모신 사당인 ‘상덕사’를 위시하여 그 제사를 관장하는 ‘전사청’, 서원관리인의 살림집인 상, 하 ‘고직사’ 두 동과  ‘유물전시관’이 조화를 이뤄 호위하는지라 퇴계선생 후학들의 옛글 읽는 소리가 다시 들릴 듯도 하다. 특별히 정조임금이 퇴계선생의 학덕을 높이 흠모하여 어명으로 지방에서도 과거를 볼 수 있게 한  ‘시사단’이 보였다. 안동댐으로 일부 수몰되어 서원 입구 오솔길에서 마주보이는 물길에 섬처럼 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되짚어보니 도산서원 뒷산에 소나무가 울창하고 저만치 앞으로 흐르는 물을 막아서 호수를 이룬 안동호가 옛 성현의 역사를 보듬고 반짝반짝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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