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하되, 병은 미워하지 말자
죄는 미워하되, 병은 미워하지 말자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2.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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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한 적 있었다. 이때 이 교도소는 수감자들을 확진 판정된 수감자와 그렇지 않은 수감자를 한 방에 과밀 수용하는 조치를 하는 바람에 논란을 겪었다. 어떤 수감자는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창살 밖으로 꺼내들어 기자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기도 하고, 출소한 다른 수감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죄가 있어서 구치소에 들어온 건 맞는데, 그렇다고 코로나에 걸려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수감자들의 절박했던 상황과는 달리 여론은 냉담했다. 대개 “코로나에 걸려도 싸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교도소가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곳인 만큼 이들의 상황에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는 ‘코로나 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인데, 일반적으로 수감자들의 의료 현실에 국민적인 관심을 더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를 어지럽힌 범죄자들을 세금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냐고 묻곤 한다. 한편으로 꾀병을 부리면서 교도소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제대로 진료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일부 수감자들 때문에 교도소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더욱 강해지기도 한다. 이러는 사이 정말 아픈 수감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세를 키우는 일이 벌어진다. 죄는 죄대로 미워하되 이들의 치료받을 권리 또한 보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아픔을 호소하는 수감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책 『진짜 아픈 사람 맞습니다』는 교정시설 공중보건의를 자원해 3년간 구치소와 교도소 진료실을 드나든 의사 최세진씨의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법과 정의에 따라 행해지는 형법상 처벌은 마땅하다. 피해자를 향한 관심과 지원은 지금보다 더 절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동시에 수용자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도, 모두가 꾀병이지도 않다. 진짜 아픈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젓가락이나 볼펜을 통째로 삼키는 사람, 자신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철창에 찧는 사람들의 예를 든다. 얼핏 봐서는 자신의 형집행정지를 받으려 하거나 잠시라도 병원에 입원해서 교도소를 탈출하려는 의도적인 자해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중에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장애 때문에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책에 따르면 볼펜을 먹은 사람은 접견에서 아내로부터 딸이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참담한 마음에 책상을 걷어차는 소란을 피웠는데, 교도관들은 위로를 해주기보다 그의 소란을 문제 삼았다. 사실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볼펜을 삼킨 이유는 자신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유에서였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정신 상담이 필요하지만, 대개는 자신의 분을 못이기는 범죄자의 성격 탓이라 여기며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어디까지나 대표적인 예일 뿐이다. 최씨의 책은 범죄자라는 시선 때문에 자신의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도 다양한 병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범죄자라서, 누군가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나쁜 사람이라서 이들에 대한 의료적 필요를 무시하는 것은 인권에 차별을 두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행위”라며 “교정시설이 수용자들에게 단순히 형을 사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회복하는 기점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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