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도 갑을 이길 수 있는 비밀병기, ‘배트나’
을도 갑을 이길 수 있는 비밀병기, ‘배트나’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1.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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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는 늘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점한 자는 ‘갑’, 그렇지 못한 자는 ‘을’이 된다. 회사와 노동자간의 임금 협상이나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외교 협상 등에는 갑을 관계가 이미 전제돼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협상은 갑이 주도권을 쥔 모습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갑이 어떤 태도를 보이냐에 따라 을은 울고 웃는다. 그런데 정말 을이 예상을 뒤엎고 협상에서 이기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현실에서 기대하기는 힘든걸까?

책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의 저자 정인호는 ‘배트나(BATNA)’만 잘 마련해 놓는다면 상대적 약자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배트나란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의 약자로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대신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말한다. 즉 협상에서의 갑을 관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배트나를 어떻게 갖고 있는지에 따라 협상에서의 갑을 관계가 규정된다는 이야기다. 무슨 말인지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퇴근 후 수박을 하나 사기 위해 동네 과일가게에 들른 A씨가 있다고 하자. 그는 수박을 만원에 주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15,000원을 부른다. 이때 A씨의 배트나는 ‘다른 동네 과일 가게’가 된다. 그런데 다른 과일 가게가 없으면 A씨는 비싸더라도 그 수박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박을 먹고 싶은 A씨에게 배트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마감 시간에 A씨가 가게에 방문한다면 가게 주인은 A씨에게 가격을 다소 많이 깎더라도 수박을 팔려고 할 것이다. 가게 주인에게 A씨 이후에 올 손님, 즉 배트나가 생길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수박 외에도 상인과의 담판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늦은 시간에 동일 품목을 파는 가게들이 많은 지역에 찾아가 흥정을 벌이면 된다. 배트나가 많으면 협상에서 선택의 폭은 넓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상대에게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카드’로도 사용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배트나를 개발하고 개선하는 것은 가지고 있는 유리한 조건을 효과적인 협상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정리한다.

하지만 자신의 배트나만 알아서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갈 수 없다. 저자는 “많은 협상가가 자신의 상황에 몰두하느라 상대방의 배트나를 분석하는 일에 소홀하다”며 상대의 배트나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예시로 드는 것은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의 협상 실패 사례다. 2019년 당시 KB 노조는 성과급과 임금 피크제를 놓고 파업을 선언했다. 당시 전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5,500명의 인원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서울 대부분 지점마다 파업으로 업무 처리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의 은행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 금융 거래가 점점 보편화되면서 은행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즉, 노조는 기술의 발전이 회사의 배트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는 “상대의 배트나를 아는 것은 협상력의 또다른 원천”이라며 “상대의 배트나가 당신 것과 비교할 때 더 강력한지, 아니면 열등한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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