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의 독서모임] '이방인'은 이웃이 될 수 있을까
[대학생 기자의 독서모임] '이방인'은 이웃이 될 수 있을까
  • 유현승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2.2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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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은 고전에 대해 “모두가 읽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라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대개 고전은 난해하고 까다롭다. 고전 중에서도 기자에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이해하기 제일 어려운 책이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라는 첫 번째 문장 뒤에 이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동은 기자를 책 속 세계에서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책을 덮고 난 뒤 기자의 머릿속에는 이 책이 왜 고전으로 손꼽히는가에 대한 궁금증만 가득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고전독서모임 ‘필로어스’에서 『이방인』 독서모임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고 묵혀 있던 궁금증을 해결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참가 신청을 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며칠 전, 단체 카카오톡 방에 초대되었고 사회자로부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나씩 준비해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도대체 바보 같은 질문이란 무엇인지, 어떤 질문을 해야 적당할지 고민하던 중 독서모임날이 다가왔다. 아직까지도 바보 같은 질문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채로 줌 링크를 눌렀다. 들어가니, 사회자 두 명을 포함해 열 명쯤 되는 참가자들이 눈에 보였다. 곧이어 자기소개 시간이 찾아왔고, 참가자 모두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바보 같은 질문을 하나씩 던졌다. 바보 같은 질문을 준비하라고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참가자들이 준비한 질문을 들어 보니 그들이 이 책에서 무엇을 가장 중점으로 두고 읽었는지가 보였고,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재미가 있었다.

첫 번째 필로토크 시간은 ‘주인공 뫼르소에게 있어서 햇빛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이 시간에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배경지식을 배제하고 오직 책 속의 내용에 근거해서 발언을 해야 했다. 기자는 책을 읽으면서 햇빛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질문을 받고 매우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사회자가 발언을 할 사람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햇빛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상성을 상징한다고 한 참가자도 있었고, 햇빛은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는 장치라고 해석한 참가자도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고 책에서 햇빛을 묘사한 구절을 함께 읽어내려 가면서 ‘햇빛’이 생각보다 이 소설에서 큰 의미를 품고 있는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읽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햇빛에서 시작해 주인공이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도 확장되었다.  

두 번째 필로소셜 시간은 첫 번째 시간과 다르게 개인의 배경지식, 경험과 같은 책 밖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는 책 속의 내용에만 발언을 한정하지 않아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도 죽음을 금기시하지 말고 아프리카의 한 부족처럼 조금은 유쾌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우리나라만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간이 사회 규범을 어느 정도까지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뒤를 이었다. 일반적인 질문이었으나 자연스럽게 주인공 뫼르소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은 것을 비난할 수 있는지, 인간이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각자 오늘 모임에서 느낀 점을 말하는 것으로 독서모임이 끝이 났다. 이방인이 왜 고전으로 불리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백 퍼센트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난제였던 『이방인』을 내 마음 속 ‘이웃’의 단계로까지 끌어올린 필로어스의 독서모임이었다. 

[독서신문 유현승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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