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결국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말장난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바쁘게 무언가를 할 때는 경험할 수 없는 삶의 실체적 감각을 손에 쥘 수 있다. 바쁜 출근길에 멈춰 서서 새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일, 카페에 가만히 앉아서 창밖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 지금은 세상에 없는 존재들을 불현듯 떠올리는 일 등이 내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다. 그 일들은, 내가 어떤 것을 치열하게 할 때보다 나에게 더 큰 삶의 활력을 선사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제목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 제니 오델은 그것을 ‘한 발짝 떨어지기’를 통해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리와 간격과 멈춤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명징하게 인식하고, 나의 존재를 다시, 새롭게 확인한다. 이와 관련해 영화감독 김보라는 ‘한 발짝 떨어지기’를 통해 삶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삶을 더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 되고자 하거나 더 큰 생산성을 갖추기 위함이 아니다”며 “그저 ‘알아차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고, 인간이 되는 데 전념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가르침을 선사하는 책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 김하현 옮김 | 필로우 펴냄│352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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