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있음과 없음이 서로를 낳고’의 원문은 ‘유무상생有無相生’이다. 우리는 상생相生이라는 단어를 서로 같이 살자는 뜻으로 사용하는데, 이 해석은 틀렸다. 상생은 같이 살자는 뜻이 아니라 ‘서로를 낳는다’는 의미다. 서로를 낳는다는 맞선 두 인소가 서로의 존재근거이고, 나의 적이 나의 존재근거라는 뜻이다. 나의 경쟁자가 나의 존재근거이고, 나와 극렬하게 대립하는 자가 나의 존재근거이다. 나의 존재근거를 없애면 나도 사라진다. 나의 경쟁자를 없애면 나도 사라진다. 그러므로 내가 존재하려면, 내가 살려면 나와 맞서는 자가, 나와 대립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남이 있어야 내가 산다. 따라서 맞선 두 존재는 조화할 수밖에 없다. 조화를 이루어야 서로 살 수 있다. <64쪽>
나는 남을 만들고 남은 나를 만든다. 관계는 서로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맞얽힘이다.<125쪽>
관계의 맞얽힘을 모르는 자는 자신의 적을 자신이 만들었음을 모른다.<126쪽>
못돼먹은 놈은 없다. 못돼먹은 관계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문제아도 없고 문제 부모도 없다. 문제 견도 없고 문제 보호자도 없고, 오직 ‘문제 관계’만 있다.<127쪽>
인자가 오래 사는 것은 인을 편안히 여기기 때문이다. 인자가 편안한 것은 스스로 절제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배려하면서 살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위협받을 일이 없으며, 나의 요망을 절제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타인의 것을 뺏거나 다른 생명을 해치는 일이 없게 된다. 따라서 인한 삶은 결국 내가 타고난 수명대로 사는 것으로 이어진다.<151쪽>
[정리=전진호 기자]
『맞얽힘 : 맞선 둘은 하나다』
이철 지음 | 움직이는책 펴냄 | 480쪽 | 2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