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디테일을 찾아라
명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디테일을 찾아라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11.2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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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감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대체로 미술 감상 방법에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아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그림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제목과 해설을 보라”고 하거나 “왕도는 없으니 자유롭게 해석하라”며 여러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미술 작품과 친해질 수 있는 노하우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책 『이미지로 글쓰기』에서 그림 감상 방법 중 하나로 ‘부분을 확장하기’를 권한다. 그가 말하는 부분을 확장하기란 그림의 세부적인 요소를 통해 그림을 파악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림 속에 담긴 세부 요소를 해석하면 보다 쉽게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슨 말일까. 그 예로 르네상스 시대 화가 피에르 디 코시모의 작품을 살펴보자.

피에르 디 코시모, 프로크리스의 죽음, 1495년경, 나무판에 유채, 65.4 x 184.2cm, 내셔널 갤러리, 런던
피에르 디 코시모, '프로크리스의 죽음', 1495년경, 나무판에 유채, 65.4 x 184.2cm, 내셔널 갤러리, 런던

평화로운 초원에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남자가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어깨를, 다른 손으로는 이마를 감싸고 있다. 남자가 여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 같기도, 그녀를 다소 엉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는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 여기서 화가가 남겨놓은 단서가 작품 해석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바로, 여자의 발치에 앉아 있는 ‘개’다. 개는 그녀를 바라보며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개의 얼굴을 보고 다시 남자의 얼굴을 보면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보다 확실하게 짐작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만약 이 개가 빠진다면 이 그림은 남자가 그저 지나가다 마침 쓰러진 낯선 여인을 발견하고 죽었는지 확인하는 장면 같기도 하다”며 “개의 감정 표현 덕분에 감상자는 전체적인 애도의 분위기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크리스의 죽음’ 속 개가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명했다면, 멕시코의 대표적인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마 위 눈’은 작가의 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프리다 칼로의 배우자였던 디에고 리베라는 칼로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 중 ‘내 마음 속의 디에고’와 ‘우주, 대지,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이하 사랑의 포옹)’에는 공통적으로 ‘이마 위의 눈’이 상징적인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 '내 마음 속의 디에고'와 '우주, 대지,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과 포옹' [출처 : 소마미술관, '프리다 칼로 :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화가' 展 도록, 2015]
왼쪽 = 프리다 칼로, '내 마음 속의 디에고', 1943, 메이소나이트에 유채, 76 x 61cm / 오른쪽 = 프리다 칼로, '우주, 대지,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과 포옹', 1949, 메이소나이트에 유채, 70 x 60.5cm [출처 : 소마미술관, <프리다 칼로 :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화가> 展 도록, 2015]

칼로의 자화상인 ‘내 마음 속의 디에고’에는 칼로의 이마 위에 그려진 디에고가 칼로와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한편, 사랑의 포옹에는 세 개의 눈을 한 디에고가 칼로의 품에 아기처럼 안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디에고와 이혼 경험이 있는 칼로는 그와 재결합 한 후에 사랑의 포옹을 그렸다. 디에고에 대한 칼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다. 왜 하필이면 ‘눈’을 세 개로 그린 걸까.

이 교수는 “이마 위에 얹힌 세 번째 눈은 보통 마음의 눈이라고 한다. 칼로의 남편인 디에고는 언제나 칼로를 ‘나의 눈동자’라고 불렀고, 칼로는 디에고의 얼굴이나 눈을 자신의 이마에 종종 그려 넣었다”며 “둘은 아마도 상대방의 눈을 통해 자기가 보지 못하는 다른 모습의 세상을 볼 수 있었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림에서의) 이야기를 확장하려면, 집중하고 싶은 특정 부분을 좀 끌어당겨 보면 좋다. 부분은 전체의 의미를 돕는다”고 말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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