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elephant’가 ‘흰 코끼리’가 아닌 ‘애물단지’인 이유
‘white elephant’가 ‘흰 코끼리’가 아닌 ‘애물단지’인 이유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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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어(熟語)는 2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를 말한다. 가령 ‘총대를 메다’는 진짜 총을 메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나서서 맡기를 꺼려하는 공동의 일을 대표로 맡다’를 뜻한다. 영어 숙어도 마찬가지다. ‘Butterfly in my stomache’는 직역하면 ‘배 안에 있는 나비’이지만, 숙어로 ‘긴장되다’ ‘두근거리다’의 의미로 쓰인다.

책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의 저자 앤드루 톰슨은 “모든 영어 숙어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숙어가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하고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숙어를 통째로 외우지 말고, 그 표현의 기원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 영어 공부 역시 재미있게 할 수 있다. 톰슨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죽자 살자 표현을 암기하는 공부 방식과는 안녕을 고하자”고 말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 번째는 ‘loose cannon’, 직역하면 ‘밧줄 풀린 대포’이다. 초창기 대포는 배 갑판에 올려놓고 사용했다.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대포를 갑판에 밧줄로 묶어 놓고 적을 향해 발포했다. 하지만 밧줄이 풀린 대포는 갑판을 굴러다니다 배를 손상시키거나 아군들을 다치게 하곤 했다. ‘loose cannon’은 숙어로 ‘통제 불능인 사람’ ‘예측 불가능한 사람’ ‘충동 행동이 잦은 사람’을 뜻한다. ‘고삐 풀린 말’과 유사한 의미다.

다음은 ‘feather in someone's cap’이다. ‘모자에 꽂는 깃털’을 의미하는 이 말은 전쟁터에서 유래했다. 톰슨은 “중세 잉글랜드의 전쟁터에서 용맹함을 보여준 기사들은 투구에 착용할 깃털을 상으로 받았다”며 “이 깃털은 지위의 상징으로 군인들이 오늘날 받는 훈장과 비슷했다”고 설명한다. 숙어로는 ‘명예나 업적의 상징’ ‘자랑할 만한 업적이나 성취’를 뜻한다. 이 표현은 18세기 초 무렵부터 이미 ‘업적’의 비유적 의미로 널리 쓰였다.

다음은 ‘face the music’, 직역하면 ‘음악을 마주하다’이다. 이 말은 군대에서 기원했다. 많은 국가에서 군인은 비위 행위를 저지르면 불명예제대로 떠나야 한다. 특히 영국에서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 군대를 떠나야 했던 군인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행진하면서 걸어 나가야 했다. 근데 옆에서는 특이하게 군악대가 연주를 했다. 말 그대로 군대를 떠나면서 ‘음악을 마주해야’했던 것이다. ‘face the music’는 숙어로 ‘죗값을 치르다’의 뜻으로 사용된다.

다음은 ‘kiss of death’이다. ‘죽음을 부르는 입맞춤’이라는 이 숙어는 『신약성서』에서 유래했다. 예수의 제자 유다는 로마 병사들에게 예수가 누구인지 알리는 신호로 예수의 뺨에 입을 맞춘다. 이로 인해 예수가 체포되어 십자가에 못 박히게 됐다. 톰슨은 “이러한 행동은 마피아 두목들에게 전해져 내려왔다”며 “마피아 두목의 입맞춤을 당한 자가 곧 죽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kiss of death’는 숙어로 ‘파멸이나 실패를 부르는 행동’을 뜻한다.

마지막은 ‘white elephant’, 직역하면 ‘하얀 코끼리’이다. 이 표현은 17세기 태국에서 유래했다. 하얀 코끼리는 희귀했기 때문에 신성시되어 올라타서도, 죽여서도, 일을 시켜서도 안 됐다. 그래서 관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톰슨은 “태국의 왕은 마음에 들지 않는 귀족이 생기면 악의적으로 그에게 하얀 코끼리를 하사했다”고 말한다. 선물을 거절하지 못한 귀족은 코끼리를 평생 돌볼 수밖에 없었다. ‘white elephant’, 숙어로는 ‘애물단지’를 뜻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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