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조용함’의 시대는 갔다
도서관, ‘조용함’의 시대는 갔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1.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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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라키비움(larchiveum)’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 등 세 기관의 기능을 합친 공간을 말한다. 즉 시민들의 교육 및 문화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복합적 공간인 것이다. 특히나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및 문화 향유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시점에 지역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책 『도서관은 살아 있다』의 저자이자 대구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으로 재직 중인 김상진은 “도서관은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지식정보를 제공하고, 독서문화를 진흥하면서 평생학습의 장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민주 시민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지적자유를 누리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 데 일조해야 한다”며 “도서관이 없는 지역사회를 상상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향토자료’ 때문이다. 향토자료에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땅에 관한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 김상진은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용학도서관 입구에 향토자료를 전시했다. 그는 “이용자들이 도서관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접하는 공간에 향토자료를 전시한 이유는 코로나19로 불안해진 지역주민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았으면 해서다”라며 “향토자료가 갖는 특성이 지역공동체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출판문화는 기록문화의 원형이며, 기록문화가 중요한 것은 그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기록문화에는 지역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지역문화에 대해 서울과 경기도 파주 중심으로 형성된 출판계가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도서관에서 지역의 출판 및 기록문화를 잘 보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향토자료와 지역 공동체 발전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색 있는 지역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책 『도서관 민주주의』에서 좋은 도서관의 공통 코드를 ‘철학’과 ‘개성’으로 꼽는다. 예를 들면 ‘시끄러운 도서관’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도서관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을 잘 이끌어 차분히 공부하는 청년으로 교화시키는 것이 목표인 듯한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공도서관이 청년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공간으로 도서관 공간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책을 보는 열람 공간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뿐 아니라, 시끄러운 도서관, 책 없는 도서관 등 기존 개념이 파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느타나무도서관’은 떠들어도 되는 도서관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런 도서관은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내는 발달장애인에게 유용하다.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서라는 것은 단순히 책의 물성을 넘어선 하나의 경험이다. 이 경험을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공간이 필요하다”며 “독서를 단순히 책 안에 있는 글자나 내용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독서가 경험이고, 시공간의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며 ‘떠들어도 되는 도서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확고한 ‘철학’과 ‘개성’을 겸비한 도서관은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방문할 만큼 인기가 높다. 관광 산업으로 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의 고유한 특징과 연계한 도서관 건립 등 저마다의 콘셉트가 확실한 지역 도서관 건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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