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들이 끈질기게 ‘운동’했던 이유
고대 철학자들이 끈질기게 ‘운동’했던 이유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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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체육관에서 레슬링을 연습했던 소크라테스. 그리스 제전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던 플라톤. 영혼을 가다듬기 위해 체력 단련에 힘을 쏟았던 디오게네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했을 것 같은 고대 철학자들도 ‘건강한 신체’ 만들기에 열중했다. 나아가 그들은 운동을 개인의 품성, 인격, 태도 등을 단련하는 중요한 활동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운동을 신체 단련뿐 아니라 정신 수양 및 공동체적 유대감 형성을 도모하는 행위로 본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기원전 5세기 경 아테네는 14~16세 청소년들의 체력 단련 수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때 청소년들이 체력 단련을 하던 체육관 이름이 ‘김나시온(Gymnasion)’이었다. 알려진 것처럼 소크라테스는 김나시온을 비롯한 여러 체육관을 돌아다니면서 청소년들과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토론하기를 즐겼다. 말하자면 김나시온은 체력 단련은 물론이고 선생과 학생들이 최근 이슈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던 교육과 토론의 공간이었다.

현상필 작가는 책 『소크라테스 헬스클럽』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영혼과 육체의 조화를 진지하게 모색했다”고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산책로를 갖춘 체육관인 리케이온(Lykeion)을 학교에 세웠다. 숲속을 거닐며 강의하던 습관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학파를 ‘페리파토스 학파’라고도 불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걷기 운동을 새로운 사고를 촉발하는 윤활유로 봤다. 플라톤의 경우, 이름 자체가 ‘넓은 어깨’를 의미한다.

위 논의를 규합하면 영혼과 육체는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이다. 그러니 영혼이나 정신을 우대하고 육체를 하대하면 안 된다. 육체가 있기 때문에 영혼이 있고, 건강한 육체가 전제되어야 건강한 정신과 영혼이 내 몸으로 흡수될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이 중요한 것이다. 현상필은 “체육관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거나 스파링을 하며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도 교양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운동의 윤리학’으로 연결된다.

운동을 통해 한계적 상황을 경험하고 그것을 지혜롭게 돌파해나가는 것이 바로 ‘운동의 윤리학’의 핵심이다. 현상필은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숱하게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은 자신의 내·외부를 균형 있게 단련하기 위한 교양의 일환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한계를 경험하고 극복해 본 사람은 자신감뿐 아니라 잠재력에 대한 깊은 신뢰와 겸손을 아우르는 품위가 배어 나온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운동은 영웅의 여정을 재현하는 작은 의식이다. 우리는 매일 사무실의 문턱을, 거실의 문턱을, 의무와 속박, 권태라는 문턱을 넘어 잠재성이라는 숨겨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모인 작은 성취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발판이 되어 준다”고 설명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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