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발전은 ‘강함’이 아닌 ‘친화력’의 산물이다
인류의 발전은 ‘강함’이 아닌 ‘친화력’의 산물이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11.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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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과 동물인 보노보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을 연구하는 데 자주 동원된다. 인간과 보노보의 DNA는 1.3%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이는 침팬지(1.6%)보다도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수치라는 것을 의미한다. 침팬지를 인류의 행동 모델로 삼아왔던 행동 과학자들은 인간과 보노보의 유전적 유사성을 확인한 후 보노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보노보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데 중대한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수직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침팬지 사회와는 달리 보노보 사회는 온순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침팬지는 갈등이 생기면 싸움을 통해 승자가 상황을 정리하지만, 보노보는 다른 보노보에게 관대하다. 갈등 상황이 생겨도 쉽게 화해한다. 이를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 또한 ‘인간이 폭력을 통해 어떻게 권력을 쟁취했나’에서 ‘화합과 평화를 통해 어떻게 번성할 수 있었나’에 대한 물음으로 옮겨졌다.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 방향이 달라진 만큼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다윈의 이론에 영향을 받은 생물학자들은 자연 환경에서 잘 적응하는 개체가 생존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진화론자들은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생존의 필수 요소는 ‘친화력’이다. ‘21세기 다윈의 계승자’라고 평가받는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번성에 성공한 것을 근거로 든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흉곽이 넓고 근육질인 모습이었다. 뇌 용적도 커서 지능이 높았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타인과 협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강인한 신체를 가진 이들은 평상 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약한 몸을 가졌던 사피엔스는 서로 돕는 능력을 발달시키면서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친화력이 높은 개체에게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발견된다. 헤어 교수는 보노보와 침팬지를 두고 실험을 벌였다. 그는 한쪽에 두 개의 컵을 놓은 후, 한 컵에만 먹이를 숨겼다. 그리고는 먹이가 있는 컵을 손으로 가리켰다. 친화력이 좋은 보노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시선의 의도를 파악해 먹이를 찾아냈지만, 침팬지는 의도를 알아차리는 데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들 중 친화력이 가장 높은 개체인 현생 인류는 자신들의 친화력을 토대로 언어를 발전시켰으며, 지식의 전수를 통해 만물의 영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저자들은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곳으로 묘사하기 바빴다”며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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