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팔리는 이야기, 통하는 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책 속 명문장] ‘팔리는 이야기, 통하는 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11.1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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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정말 그런지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동네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매대에 가보라. 가장 잘 팔리는 책을 모아놓은 곳에는 우아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 다가와 춤을 신청해도 우아한지 어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무신경한 소설가들의 책이 분명 몇 권은 있을 것이다. 진 아우얼, 톰 클랜시의 책이 수백만 부씩 팔리는 이유는 그들이 스토리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들의 문장을 난도질하는 평론가들이 간과하는 점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리처드 로즈는 수려한 문장가이자 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훌륭한 논픽션 작가다. 그 또한 독자에게 다가가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어휘를 다루는 능력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구조를 섭렵하는 것은 “틀을 짜는 능력, 전체를 다스리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작가들은 구조에 대해선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했다.<60쪽>

나는 글 쓰는 일을 처음 업으로 삼았을 때 비유법을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오픈카를 타고 스페인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비유 게임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한 사람이 길가에 보이는 무언가를 가리키면 다른 사람이 즉시 그 단어를 써 직유 표현을 하나 만들었다고 한다. 실패하면 벌칙으로 스페인산 레드와인을 길게 한 모금 마셔야만 했다. 비유 감각을 기르는 일은 확실히 재미있다. …
편안하고 속도감 있게 작업하는 것이 글을 쓰는 훨씬 쉬운 방법이다. 좀 더 나은 표현이 없을까 거듭 고민하며 초고를 힘겹게 완성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 무엇보다 이 고통이 저자의 목소리를 죽여버린다. 목소리가 뚜렷한 사람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들은 글 쓰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하곤 한다. 메리 로치에게 내러티브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사실과 재미를 엮는 과정”이다.<148쪽>

논픽션 작가는 주제를 반드시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사실을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논픽션 전문가라면 그런 사실들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다만 일부라도 이해해야 한다. 존 프랭클린은 2001년도 니먼 내러티브 저널리즘 회의에서 이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야기의 형체 그리고 그 형체가 말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작가가 어디서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작가가 이야기 안에서 발견하고 뽑아내는 그 무엇이죠.”
‘그 무엇’을 찾아내는 영업 비밀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우선 톰 프렌치는 제목을 짓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때면 주제에 집중한다고 한다. “나는 늘 장 제목, 소제목은 물론 전체 제목을 뽑으려고 고민한다. 그렇게 하면 스토리 요지가 무엇인지, 구조와 힘이 무엇인지로 모든 생각이 수렴된다”라고 말했다.
맥키는 “진정한 주제는 낱말이 아니라 문장”이라고 말했다. “스토리의 의미가 담겨 있는, 더는 줄여지지 않는 명쾌하고 정돈된 한 문장이다.”<269~270쪽>

[정리=전진호 기자]

『퓰리처 글쓰기 수업』
잭 하트 지음 |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펴냄 | 480쪽 | 1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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