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소설을 쓰고 싶다면… ‘9가지 비밀’을 기억해라
인기 소설을 쓰고 싶다면… ‘9가지 비밀’을 기억해라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1.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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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세계적인 편집자 샌드라 거스가 추천하는 소설 쓰기 방법이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바로 예를 들어보자.

말하기 : 그는 곤혹스러워 보였다.
보여주기 : 그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하늘에서 해결책을 찾기라도 하듯 눈동자를 위로 굴렸다.

거스는 책 『묘사의 힘』에서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말은 아마도 글쓰기를 막 시작한 초보 작가들이 편집자와 글쓰기 교사에게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일 것”이라며 “이 긴요한 기술로 글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가는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로 독자를 사로잡아 새벽 2시든 몇 시든 다음 날 일하러 나가야 하는 것도 잊고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한다”고 말한다.

거스가 설명하는 ‘말하기’와 ‘보여주기’의 차이는 이렇다. 말하기는 작가가 단정 짓는 행위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 반면에 보여주기는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말하기는 추상적이고, 보여주기는 구체적이다. 그러니까 말하기가 ‘사실’을 전달한다면, 보여주기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거스는 “독자에게 결론을 제시한다면 ‘말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여주기’ 위해서는 독자에게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여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여주는 글’을 쓰기 위한 구체적인 요령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는 ‘오감 활용하기’다. 거스는 “‘보여주기’란 독자가 인물의 시점을 따라가며 이야기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각뿐만 아니라 독자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나는 자동차의 열린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신선한 소나무 냄새를 들이마셨다. 찬 공기를 맞아 뺨이 달아오르고 눈물이 배어 나왔다”와 같이 오감을 활용한다.

다음은 ‘역동적인 동사 사용하기’다. 거스는 “힘이 약하고 정적인 동사 대신 힘이 강하고 역동적인 동사를 사용하여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라”고 조언한다. 가령 “그는 걸었다”고 쓰지 말고, “그는 거닐었다” “그는 어슬렁거렸다” “그는 발을 굴렸다” “그는 터벅거렸다” 같은 동사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힘이 약한 동사 대신 독자가 머릿속에 분명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도록 힘이 강한 동사를 사용하라”고 덧붙인다.

세 번째는 ‘구체적 명사 사용하기’다. 포괄적인 표현보다는 가능한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철수는 아침을 먹고 있다”가 아닌 “철수는 아침으로 베이컨과 달걀을 먹고 있다”로 묘사하는 것이 독자의 상상력을 촉발한다. 네 번째는 ‘인물 행동 작게 쪼개기’다. “영희가 청소를 했다”고 하지 말고, “영희가 진공청소기를 돌리다가 소파 아래에서 양말을 찾고는 얼굴을 지푸렸다”고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섯 번째는 ‘비유 사용하기’다. 직유와 은유 등 여러 비유법을 통해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게 좋다. “철수는 손바닥이 거칠었다”고 말하는 대신 “철수의 손바닥은 마치 사포같았다” 등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실시간으로 활동 보여주기’다. 거스는 “이미 일어난 사건을 요약하는 대신 독자들이 지금 이 순간 시사각각 벌어지고 있는 활동을 목격하도록 만들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는 했었었다” “그는 갔었었다”와 같은 대과거 시제 사용을 지양하고, 최대한 실시간으로 말해주면 좋다.

일곱 번째는 ‘대화 사용하기’다. 이는 ‘실시간 활동 보여주기’의 방법이기도 하다. 거스는 “대화는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항상 독자에게 ‘보여주는’ 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보자.

말하기 : 영희는 얼마 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기 : “얼마 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어.” 영희가 말했다.

여덟 번째는 ‘내적 독백 사용하기’다. 거스는 “시점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여주는’ 일 또한 인물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근무 시간이 끝났을 때 나는 안도했다”가 아닌 “마침내 종이 울리며 근무 시간이 끝났음을 알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가 내적 독백 사용하기가 적용된 문장이다.

마지막은 ‘인물의 행동과 반응에 초점 맞추기’다. 인물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말고, 인물의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게 독자를 경험의 세계로 이끈다. 가령 “철수는 늘 조심성 없고 행동이 다소 거칠었다”가 아닌 “철수가 소금병을 집으려고 팔을 뻗는 순간 그만 와인 잔을 넘어뜨리고 말았다”고 쓰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이기호 소설가는 “소설가의 문장은 ‘말하기’보단 ‘보여주기’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문장을 대하는 소설가의 윤리”라며 “(이 책은)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쓰기가 아닌, 독자와 함께 경험하고 감각하는 글쓰기, 주장을 밀고 나가는 글쓰기가 아닌,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는 글쓰기, 그래서 쓰는 자와 읽는 자 모두 감응할 수 있는 글쓰기의 맨투맨 프로그램”같다고 평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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