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아래 있는 것처럼… 이색서점 ‘오월의 푸른 하늘’
푸른 하늘 아래 있는 것처럼… 이색서점 ‘오월의 푸른 하늘’
  • 채지은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11.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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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통한다. 경기도 이천 마장면에 있는 작은 책방 오월의 푸른 하늘은 책방지기 최레오씨의 진심이 그대로 담겨있는 곳이었다.

오월의 푸른 하늘은 독특하게 예약제로 운영되며, 이용료를 받는다. 이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책을 읽기 위해 이곳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책과 함께 좀 더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책방지기의 선택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간은 모두 네 곳이다. '오월의 푸른 하늘 본점' '즐거운 헌책방' '독립책방 홀로서기' 그리고 '어학당'이다. 본점에서는 인문학 서적과 그림책을 만나 볼 수 있고, 헌책방에는 여러 장르의 중고책들과 만화책 그리고 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독립책방 홀로서기에는 에세이와 소설 그리고 독립 서적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어학당에서는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 서적을 만날 수 있다.

책방 옆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북스테이도 운영한다. 최레오씨는 책방을 방문했던 손님들이 이곳을 다시 찾아오셨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북스테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진심으로 책을 대하는 책방지기의 마음에 책과 사람들이 응답하여 조금씩 커진 공간이지만, 이곳의 시작은 20권의 책이었다. 자신이 읽은 책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그는 책방에 놓여져 있는 모든 책을 손님에게 설명할 수 있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매일 책을 읽는다. 다양한 사람이 이곳을 방문해주는 만큼 다양한 책을 접하여 좋은 책을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소한 바람이다.

곳곳에서 책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공간을 만든 책방지기지만, 그는 사실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유학 생활을 하며 외지인으로서 부딪히게 된 현실적인 문제들과 개인적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었던 것이 바로 책이었다.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되고, 일본에 있는 여러 책방을 다니며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졌다.

한국에 돌아와 여러 서점을 돌아다닌 그는 생각보다 제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외할아버지의 집이었던 이 자리에 사람들이 제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곳 아이들을 위한 문화 시설이 부족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실제로 그는 아이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독서라는 취미로 시작해 책방을 운영하고 여러 활동과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아이들에게까지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하는 마음이 따뜻했다.

끝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 속 소외받고 있는 책의 위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더 이상 책을 읽어야 훌륭한 어른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책을 읽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책은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중 한 종류일 뿐이다. 같은 내용을 책보다 더욱 재밌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다양한 미디어 속에서 책을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제는 책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책방 업계 종사자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생각보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소위 대세 문화들이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책도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하여 더 알릴 방법이 있을 것이다”라며 “이제는 책방, 출판, 서점 업계 모두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책방은 책방다워야 한다. 책방지기가 서점인으로서 가장 강조한 말이다. 그는 “요즘 북카페 같이 책과 함께 하는 다양한 공간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카페이기 때문에 커피와 케이크같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며 “책방은 책을 사고 파는 곳이지 커피가 메인이 되는 주객전도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제가 책방에서 커피를 판매하지 않고 제공하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책방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성향을 띤다거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책이라는 문화가 선택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라며 “많은 책이 나오고 그 안에서 좋은 책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다른 미디어가 하는 것을 책도 조금씩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공간과 책을 대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런 그에게 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책방지기적인 마인드로는 숙제다. 책방지기로서 계속해서 읽어야 하고, 더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평범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기회다. 책은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책 속 인물과 공간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상상으로 나만의 세상을 채워나가는 것”이라며 “스스로 무언가 열심히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재미는 귀중하다”고 덧붙였다.

[독서신문 채지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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