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현장 과학자의 야생동물 로드킬 기록
[책 속 명문장] 현장 과학자의 야생동물 로드킬 기록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1.0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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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야생동물은 생태적 가치, 경제적 가치, 문화적 가치 등 여러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 내가 주목하는 것은 ‘존재 가치’다. 존재한다는 것, 우리 곁에 살아 숨 쉰다는 것, 인구 천만 대도시에 상위 포식자며 멸종위기 종 삵이 산다는 것 자체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어쩌면 그들의 존재는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자랑이며, 그들은 천만 시민과 함께 서울시의 자랑스러운 구성원이다.<21쪽>

이 땅에선 안타깝게도 지난 세기에 호랑이, 표범, 늑대와 같은 대형 식육목이 멸종했다. 최상위 포식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우리나라 산림생태계의 가장 큰 비극이다. 포식자의 부재로 고라니, 멧돼지와 같은 초식동물은 과도하게 번성하였고, 그 피해는 결국 사람에게 돌아왔다. 사람들은 포식자를 없애 버린 원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저 초식동물을 원망하고 탓하기에 바쁘다. 담비의 존재는 한반도 숲에 작은 희망 하나를 던져 준다. 담비는 대형 식육목이 사라진 산림생태계에서 초식동물의 천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개체군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 조절자가 아직 있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157쪽>

운전자가 장애물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의 반응시간은 위험요소를 판단하는 시간 1.5초, 제동장치를 작동하는 시간 1.0초, 총 2.5초다. 도로변 수풀에서 뛰어나와 부딪힌 찰나의 순간, 시각 세포로 들어온 전기세포가 신경전달물질로 대뇌피질에 닿아 다리근육을 움직이기도 전에 상황은 종료됐다.<246>

우리나라 전체에 고라니가 약 70만 마리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 해 동안 도로에서 희생되는 고라니가 약 6만 마리에 이른다는 조사(최태영,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라니 중 8퍼센트는 해마다 로드킬로 목숨을 잃는다. 인간 사회에 이 수치를 대입하면 우리나라 총인구가 5,100만 명이니 매년 400만 명이 죽임을 당한다는 의미다. 엄청난 재앙이다. 이처럼 로드킬은 종의 생존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위협요소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멸종된 호랑이, 표범 등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을 자동차가 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268>

[정리=송석주 기자]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우동걸 지음 | 책공장더불어 펴냄 | 352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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