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파도 웃고 논다” 그림책 작가들의 생존법
“고달파도 웃고 논다” 그림책 작가들의 생존법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0.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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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림책 시장에 조금씩 눈뜨면서 작가들이 처한 출판 환경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겉싸개를 열고, 열고, 또 열어야 만날 수 있는 작은 얼굴. -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中

그림책 작가는 마트료시카다. 꽁꽁 숨어있기 때문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 단행본 시장 점유율이 성인 도서가 87%, 아동 도서는 13% 정도다. 아동 도서도 아동문학, 전승문학, 전기 등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그 수많은 하위 카테고리 중에 그림책이 있다. 말하자면 그림책 시장은 ‘변두리의 변두리’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의 저자 최혜진은 “예술 분야의 전통적 강자인 소설, 시, 회화, 사진 등과 비교하면 창작자에 대한 연구나 지원 제도도 미흡하다”며 “그런데도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은 묵묵히 빛나는 작품을 쏟아낸다”고 말한다.

그림책 작가들은 ‘쉬우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탁월한 사람들이다. 최혜진 작가가 쓴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에는 그림책 작가들이 들려주는 쉽지만 깊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빛나는 작품을 쏟아내는 그림책 작가들의 체념하지 않고 낙관하는 법, 파괴하지 않고 살려내는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 이 책에 담겼다. 그림책 작가들은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한국 최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수지 작가를 보면 놀이하는 인간을 지칭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떠오른다. 그는 놀이가 품은 창조적 힘을 잘 안다. 그가 쓴 『거울 속으로』 『파도야』 『그림자 놀이』를 보면 아이가 서서히 놀이에 빠지는 과정을 염탐할 수 있다. 창작은 결국 ‘놀이’를 통해서 완성된다는 이수지 작가는 “새로운 작업을 구상할 때는 늘 노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조흥윤 작가는 『한국문화론』이라는 책에서 “한국 민중의 놀이는 이렇듯 일과 대비되거나 구분되는 개념으로서의 놀이가 아니다. 그것은 일과 여가와 신앙 속에서 그것들과 함께 얽히고 어우러져 즐겨지던 삶의 표현”이라며 “한국 민중은 놀이를 그렇게 삶의 율동으로서 익히고 생리로 가다듬어 왔다. 그것을 일러 민중의 호흡이라 하여도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림책 만드는 일이 놀이와 같다는 이수지 작가는 “책의 모양, 열리는 방향, 접지선, 종이 질감 등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창작의 재료이자 장난감이 된다”고 말한다.

놀이하면 뒤따라오는 것. 바로 ‘웃음’이다. 『철사 코끼리』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등을 집필한 고정순 작가는 모든 순간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오히려 ‘훗’하고 웃기를 선택했다. 특히 책의 90%가 얻어맞는 장면인 『가드 올리고』에서 주인공인 무명복서는 정신없이 얻어맞는 와중에도 엷게 웃는다. ‘바닥에서 선택한 웃음’은 결국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게 하는 힘이다. 고 작가는 “이런 웃음은 행복의 원인도 결과도 아니다. 태도다. 방향성에 대한 선택”이라며 “조건 없이 삶을 사랑하고, 단서를 달지 않고 생을 붙들기로 결심한 사람의 의지”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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