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어떤 책’ 읽었나?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어떤 책’ 읽었나?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1.1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가 ‘독서 풍경’도 바꿨다. 밀리의 서재가 작년에 발표한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장 주목받았던 책은 알바르 카뮈의 『페스트』였다. 이 책에는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카뮈는 이 책에서 잔혹한 전염병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암울한 세상을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말한다. 최근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작가 1위로 선정된 김초엽 역시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에서 ‘더스트’라는 독성 물질에 의해 멸망한 세계를 그려 큰 반응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각종 전염병을 다룬 사회·과학 서적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도 관련 책들이 많이 출간됐는데, 1985년 창립한 일본의 기획편집집단 ‘조지무쇼’가 펴낸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이 대표적이다.

책 내용 중 14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페스트가 유럽의 근대화를 이끌었고, 페스트를 계기로 출판문화가 폭발했다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전대미문의 재난을 겪으며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과학기술, 특히 의학 지식에 관한 대중의 관심과 욕구가 비약적으로 높아졌으며, 다양한 지식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매체를 향한 갈급함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인간은 종이 매체인 책을 통해 지식을 얻어왔기 때문에 생명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책의 대량 생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페스트 이후 출판을 비롯해 문화·예술이 크게 성행한 또 다른 이유는 르네상스(Renaissance) 때문이다. 르네상스란 14세기~16세기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 혁신 운동을 말한다. 페스트로 ‘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한 유럽인들은 문화와 예술을 통해 상실한 인간성을 복원하고자 했다. 저자는 “당시 르네상스의 기운에 힘입어 문학과 예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 연장선에서 출판도 놀라운 성장세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에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동물권·자연보호·기후위기 등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대량 출간됐다. 평생 자연을 관찰한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책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를 통해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체들도 다양한 삶의 주체임을 인정하며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적 삶을 제안한다.

최 교수는 “다른 정부 부처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명칭을 바꾸며 나름대로 쇄신을 도모하는데 왜 환경부는 한 번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느냐 지적하며 ‘생태환경부’로 개명할 것을 제안했다”며 “환경부라는 이름이 은연중에 그리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부서의 주된 업무가 자꾸 사후 처리나 규제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 이제는 환경 오염과 파괴가 생기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선제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고, 비트코인 열풍을 비롯해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돈’과 ‘주식’, ‘투자’와 관련한 도서들도 큰 주목을 받았다. 장류진은 젊은이들의 ‘비트코인 영끌 투자’ 현상을 다룬 소설 『달까지 가자』를 펴내 주목받았고, 특히 한인 기업 최초 글로벌 외식 그룹인 ‘SNOWFOX GROUP’의 회장 김승호가 쓴 『돈의 속성』은 150쇄 이상 팔리며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돈을 ‘인격체’로 지칭했다는 점이다.

김승호는 “돈은 법인보다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인격체다. 어떤 돈은 사람과 같이 어울리기 좋아하고 몰려다니며, 어떤 돈은 숨어서 평생을 지내기도 한다. 자기들끼리 주로 가는 곳이 따로 있고 유행에 따라 모이고 흩어진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붙어 있기를 좋아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겐 패가망신의 보복을 퍼붓기도 한다”고 말한다. 돈을 가치 있게 써야 그 돈이 감동해서 다른 돈을 데리고 다시 주인에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돈의 속성』과 함께 『대한민국 재건축 재개발 지도』 『투자의 본질』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 : 코로나19로 생긴 우울감이나 불안감, 무기력증 등의 증상)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힐링 도서’를 많이 찾았다. 하버드 의대 코칭 연구소 설립 멤버인 게일 가젤은 최근 책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을 출간, 코로나19를 ‘조용한 학살’로 규정하며 우울, 불안, 번아웃,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는 멘탈 관리 프로젝트를 전했다. 아울러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우울할 때 뇌과학』 『당신의 특별한 우울』 등의 도서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