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점점 더 힘들다고? 역사는 우상향을 가리킨다
삶이 점점 더 힘들다고? 역사는 우상향을 가리킨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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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저작 『국가』(Politeia)에서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가 정의에 관한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트라시마코스가 그려내는 인간 세계는 가혹하다. 트라시마코스의 주장은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로 요약된다. 그의 언명은 정의라는 것이 따로 실재하는 게 아니라 강자가 ‘정의가 무엇인지’ 규정할 수 있다는 논리로도 확장된다. 소크라테스는 이 트라시마코스의 다소 언짢은 논리를 어떻게든 논파해냈지만, 정말 이 논리가 극복됐는지 의문이 남는다는 것을 『국가』를 읽은 독자들은 안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트라시마코스의 생각을 애써 부인하기는 힘들다. 지난날 인류는 갖은 폭력에 휘말려 살아왔다. 그 가운데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흔히 20세기는 인류의 폭력성이 가장 정점에 서 있던 시절이라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는 역사를 반추하는 이들에게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게 한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진보한다 한들 인류의 폭력성은 여전히 남는다는 이야기다.

최근 베스트셀러 저술가 스티븐 핑커의 새 책이 국내 번역‧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제목은 『지금 다시 계몽』(사이언스북스)이다. 그는 전작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낙관론을 주장한 바 있다. 흔히 인간의 본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은데, 핑커는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인류사에서 폭력은 감소하고 있었음을 증명했다. 이번 책에서도 그는 지금까지 세상은 나아지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핑커의 데이터에 따르면 인류의 삶은 예전보다 한층 나아졌다. 전쟁 발병률이나 테러 등이 줄어들고 있으며 사회는 보다 안전해지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를 볼 때 이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1650년 식민지 시대 뉴잉글랜드, 1900년 미국 남서부, 1950년 멕시코 등은 개국 당시 폭력의 현장이었지만 현재 연간 살인 사건 사망자 수가 크게 줄었다. 국가가 발전하면서 법 집행 체계를 갖춰나가자 각 나라의 폭력 사태는 이전보다 감소하게 된 것이다.

부(wealth)의 재분배 문제는 어떨까. 기원후 1년부터 2015년까지의 세계 총생산은 1820년 산업 혁명이 본격화된 이래 거의 100배 증가했다. 국가 경제의 산업화는 고용 창출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다시 물질적 생활 수준의 향상을 불러왔다. 학자들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제점인 부의 양극화와 신계급 체제를 지적하지만, 핑커는 한반도 위성 사진을 언급하면서 “자본주의 한국은 환히 빛나고 공산주의 북한은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며 “부를 창출하는 능력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한다.

핑커가 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세상이 좋아졌으니 안심하라’는 안일한 믿음보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개선의 여지다. 지금도 어디선가 비극적인 사건들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을지 몰라도 평균으로 계산해 낸 데이터와 통계 속 세상의 그래프는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역사는 인류가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진보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다만 핑커는 우리가 세계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는 ‘비관주의’에 휩싸이기 보다는 사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되 ‘조건적 낙관주의’를 갖추자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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