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불고 있다.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지자체 또한 ESG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ESG 열풍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친환경을 표방했으나 실은 가짜 홍보였음이 드러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SG가 슬로건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 기업의 주요 목표는 이익 극대화와 주주 가치 극대화였다. 이를 바탕으로 전략, 회계, 재무 인사조직, 마케팅 등 다양한 분과학문이 발전하면서 경영 전략 논리가 발전해왔다. 하지만 기업이 이익 극대화에 치중한 나머지 사회적‧환경적인 비(非)재무 요소들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업이 다수 사회 구성원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미국 최대 기업들을 대변하는 비즈니스 원탁회의는 “주주 우선주의를 철회하고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가짜 ‘ESG’ 논란에 휘말리며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타벅스’의 그린워싱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스타벅스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50주년 기념행사로 일회용품을 절감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해당 다회용 컵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소비자들이 한정판 컵을 이용하면서 취지와는 달리 플라스틱 소비가 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히려 자원 낭비와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행태이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 워싱”이라며 “진정 친환경 경영이 목표라면, 일회용 컵 사용을 전면 철회하고 고객의 개인 텀블러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ESG 개념에 대한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ESG 표방 기업들의 상품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검토할 수 있으려면 ESG의 취지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책 『기업 경영의 6가지 새로운 규칙』(착한책가게)의 저자 주디 새뮤얼슨이 지적하는 6가지 규칙은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는 ‘기업의 가치는 평판과 신뢰를 비롯한 무형의 요인들에서 나온다’는 규칙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그 외 규칙들은 기업의 가치와 목적, 책임성, 직원과 기업 문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공동창조의 중요성을 규정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ESG 경영에 나선 기업들의 상품을 구매하기 전 해당 기업이 어떤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그린워싱 피해 예방 방법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기업들이 내놓은 목표와 주장이 위장환경주의 사례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임을 확실히 하려면 좀 더 깊이 파고들어 행동의 배후에 있는 동기와 사업 모델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