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들의 구직 실패… “돌봄 문제와 연관돼 있어”
‘경단녀’들의 구직 실패… “돌봄 문제와 연관돼 있어”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10.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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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잠시 일자리를 비우게 됐던 여성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다. 이른바 ‘경단녀’ 현상은 경력 단절 여성들의 어려운 구직 상황을 일컫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여성 경력단절을 한국의 고용시장 5대 특징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부가항목)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경단녀’는 150만6000명으로 감소 추이에 있지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 출판된 책 『단절을 딛고 걸어갑니다』(호밀밭)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취업이나 면접 과정에서 겪은 부당 사례들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본인이 경력 단절 여성이기도 한 김정 작가는 1년 동안 경단녀들의 이야기 30여 개를 듣고 이 책을 썼다. 작가는 “평범함 속에 묻혀야 했던 이야기, 다들 그렇다고 해서 등한시되었던 이야기, 각자의 다른 아픔, 다른 상황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이 이야기는 내 친구, 나의 엄마, 내 이모,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경단녀들이 전하는 구직 과정은 눈물겹다. 일자리를 얻는 일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면접 과정에서 사측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명문대 미대를 졸업하고, 9년 차 전업주부로 지내는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이의 스케줄을 고려해 시간 조절이 가능한 강사 일을 알아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일에 적응하고 배우는 동안은 무급이다’ ‘우리 입장에 맞춰 즉시 출근해달라’ ‘연구와 회의는 의무이며 무급이다’ 등의 얘기를 들으며 결혼과 출산, 육아로 멈춘 자신의 인생 시계를 힘없이 바라본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신혼인 여성 구직자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 없는데도 회사는 자녀 계획에 대해 묻는 경우가 많다.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던 B씨는 대학원 과정 중에 결혼했다. 그의 지인들은 그에게 축하와 격려보다는 염려하는 말들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혼인 여부가 취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인들의 걱정대로 지원하는 회사마다 그에게 퇴짜를 놓았다. 그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였다. B씨는 “결혼과 가족 계획, 진로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소름 끼치도록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어려움은 곧 돌봄 노동의 문제와 직결된다. 여성 취업자들이 업무 능력과는 별개로 자신의 가족 때문에 제약 받는 경우는 꽤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사와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은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경력단절은 돌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돌봄은 우리 사회에서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이 이야기들을 함께 읽고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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