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황교익의 일과 인생을 건너가는 법
[책 속 명문장] 황교익의 일과 인생을 건너가는 법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10.0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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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나는 세속적인 인간이다. 물적 토대에 따라 인간의 정신세계가 달리 구축된다고 믿는 유물론자이다. ‘인간은 왜 사는가’ 같은 존재론적 사색은 어쩌다가 해도 내 삶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존재론적 사색을 하는 종교인, 철학자, 예술가 등의 삶을 가벼이 보지는 않는다. 그들의 삶과 말에서 위로와 지혜를 얻는다. 다만, ‘어떻게 먹고살까’ 하는 세속적 사색, 아니 세속적 걱정만으로도 내 삶은 벅차다. 이런 나의 삶이 여러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9쪽>

이 책의 서술 방식은 내 삶의 연대기에 맞추어져 있다. 내 삶에 수많은 사건이 존재하나 ‘어떻게 먹고살까’ 하는 세속적 고민을 불러일으키고, 또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질을 했던 사건들로 편집될 것이다. 내 삶을 미화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내 무의식이 왜곡해놓은 기억이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읽어야 할 것은, 황교익이 어떻게 먹고살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며, 또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것은, 황교익의 구질구질한 삶의 방식에서 작은 보편성이라도 발견하는 것이다.<12쪽>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삶의 시작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 그 시작점을 부끄러워할 것도 없고 핸디캡으로 여길 것도 아니다. 누구든 내가 원하지 않았던 나로 시작하는 삶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에 만족도 불만도 가질 것이 아니다. 숨길 것도 자랑할 것도 아니다.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인간 자존은 각자 자기한테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것에서부터 얻어지며, 그 자존이 없으면 인생은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다가 누구의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 채 끝난다. 여러분의 아비와 어미는 누구이고, 여러분은 또 누구인가.<17쪽>

독자 여러분도 처세술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단지 실행하지 못할 뿐이다. 먼바다로 나아가려면, 손을 놓아야 한다. 죽을 각오를 하고 손을 놓아야 한다. 손을 놓지는 않고 계속 처세술만 찾아봤자 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물론 바위에서 손을 놓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멘탈이 약한 사람에게는 권할 만하지 않다. 바위에서 손을 놓았다가 다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바위에서 손을 놓지 못하겠으면 그냥 그 바위와 한 몸이 되어 살면 된다. 다만, 자신의 처지를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처세술에 꿈이니 신념 따위를 붙여 파는 사람들은 여러분의 불안을 조장할 뿐이다.<63쪽>

[정리=전진호 기자]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황교익 지음 | 김영사 펴냄 | 247쪽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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