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병은 ‘당뇨’가 아니라 ‘000 000’
세종대왕의 병은 ‘당뇨’가 아니라 ‘000 000’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10.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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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인생을 살았던 천재들이 많았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질투, 사회의 압박 때문에 신산한 삶을 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가장 걸림돌이 된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자신의 ‘몸’이었다. 머리가 타고났던 대신 몸은 빈약하기 그지 없었다. 천재들이 오래 살지 못하고 단명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천재들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건국대학교 전문의 이지환 의사는 저서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를 통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천재들 10인의 몸과 질환을 탐구한다. 저자는 “모든 의사는 셜록 홈스의 후배”라고 선언하며 탐정의 시각으로 이들의 몸에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천재들이 겪은 질병에는 잘못된 정보도 수없이 많은데, 이 책은 그러한 오류들을 교정해나가고 있다. 책은 세종대왕, 건축명장 가우디, 문호 도스토옙스키를 포함한 여러 천재들의 투병생활을 자세히 묘사한다.

세종대왕은 문무를 가리지 않고 많은 방면에서 황금기를 이끌었지만 개인적인 삶은 고단했다. 특히 허리와 눈에 통증을 달고 살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이 통증을 느꼈다는 기록이 약 50회 등장한다. 눈병 12번, 허리 통증 6번, 방광염 증상 5번, 무릎 통증 3번, 심한 갈증 2번, 체중 감소 1번…. 이 외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눈이 까끌거리고 앞이 잘 안보였다’ 등 실록의 여러 기록이 그의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여준다.

저자가 세종대왕에게 내린 진단은 ‘강직성 척추염’이다. 일부 연구에서 주장하는 ‘당뇨’ 의심 판정에 반기를 든다. 세종이 당뇨를 앓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세종의 체중 감소와 다갈 증상이다. 허리띠가 헐거워졌고, 물을 자주 마시는 병이 있다는 기록 때문이다. 여기다 세종이 뚱뚱했다는 기록까지 더해져 당뇨로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기만 하고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며 “당뇨가 있든 없든 세종의 안구 질환은 당뇨 합병증이 아니다”고 말한다. 세종은 자신의 아픈 몸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치명적인 단점은 그가 못말리는 도박꾼이었다는 것이다. 유산과 미리 받은 원고료를 모두 날리는 것은 예사였다. 원정 도박에 나섰다가 돌아갈 경비까지 잃기도 했다. 그리스 정교 신자였던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성자의 재림이라고 일컬었지만, 그의 사생활은 ‘절제’보다는 ‘방탕’에 훨씬 더 가까웠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가 ‘간질 발작’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간질 발작 환자의 뇌에는 ‘흥분 신경 세포군’이 존재한다. 평범한 사람보다 흥분 신경 전달 물질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간질 환자는 도박이 주는 자극을 참아내기가 힘들다. 그의 작품에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어떤 이들은 그가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트라우마 때문에 도박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는 정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스토옙스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그의 도박증세는 강한 의지로도 끊어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철학자 니체가 매독이 아닌 뇌종양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 관절염을 앓은 가우디가 뼈에 집착한 이유 등 책에서 전개되는 사례는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들의 약점을 통해 완벽한 위인으로 보였던 천재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조명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위인의 감춰진 삶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새로운 모습에 새삼 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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