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채칼럼] 왜 장애인에게는 읽을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가
[박용채칼럼] 왜 장애인에게는 읽을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가
  • 박용채 편집주간
  • 승인 2021.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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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채 편집주간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258만5876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5.1%이다. 유형별로 세분화하면 지체 장애가 123만여 명, 시각 25만여 명, 청각·언어 36만여 명, 지적장애 20만여 명, 뇌병변 25만여 명 등이다.

장애인에게 독서란 어떤 것일까. 비장애인 입장에서 드는 1차원적 생각은 ‘몸도 맘도 성치 않은데 독서라니?’ 정도일 것이다. 비장애인들의 대다수가 한국장애인도서관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짐작대로 장애인의 독서율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낮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국민독서율은 52%였지만 장애인독서율은 26%에 불과했다. 딱 절반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시각이 34%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발달장애 33%, 지체장애 26%, 청각장애 18% 순서였다

장애인은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다. 도서 접근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이들도 적지 않다. 독서신문이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장애인 독서인권 특별기획’ 기사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독서 애로는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다.

중증 시각장애인 한혜경씨는 정부의 코로나 재난지원금 정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정부가 여러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정책 문서 등은 이미지 기반 PDF로 만들어져 있어 파일을 열어도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재난지원금 신청 조차 쉽지 않다. 농아인 노경섭씨는 아예 한글을 제2외국어라고 꼬집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김예은씨는 주거지 인근 비장애인 중학교에 원서를 냈다가 교육청이 뒤집혔던 기억이 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입학에 알러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민으로서나 소비자로서나 ‘배제’된 셈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대다수는 장애인의 읽기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시각장애인을 예로 들어보자. 안타깝게도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서점은 없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서점도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시각장애인 중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 있다고 치자. 그는 『태백산맥』 같은 장편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MZ세대들이 많이 찾는다는 투자 관련 서적은 접근조차 어렵다.

생각해보자. 독서는 단순히 책의 물성을 넘어선 하나의 경험이다. 실제 독서는 단순히 글자나 내용을 접하는 행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보접근성은 기술적 편리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참여와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문해력은 단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아니라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자 권리이다. 이런 측면에서 독서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시공간에서 배제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삶의 질 저하에 다름 아니다.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독서신문이 개최한 2021 장애인 독서인권 증진 포럼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남영준 한국도서관협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장애인에게 더욱 확대된 독서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며 “메타버스 도서관이 완성되면 누구나 메타버스 공간에서 함께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농‧난청인의 특성을 반영한 문해 독서 활동들이 학교나 평생교육 현장에서 더 강화돼야 하며, 국가는 이러한 영역에 관심은 물론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이정자 인권과 문화·예술 대표). “모든 장애인은 서적을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 소비자이다. 장애인의 독서인권은 시혜의 대상이 아닌 소비자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마땅하다“(이영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는 K-팝, K-방역이니 하면서 우리 사회를 선진국인양 얘기한다. 과거보다 여러 방면에서 나아졌다고 하지만 장애인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외면당한 채 세상을 등진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어렵게 살던 시절 ‘다수를 위해 소수는 희생하는 게 마땅하다’는 담론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진짜 선진국 소리를 들으려면 소수와 함께 하는 삶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독서신문이 장애인의 독서할 권리를 얘기한 것은 그들이 결코 사회적 약자여서가 아니라 당당한 대한민국 시민이기 때문이다.

[박용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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