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누구나 성장을 말하지만
[발행인칼럼] 누구나 성장을 말하지만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1.09.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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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미 하와이에는 대기를 측정하는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있다. 관측소가 설치된 곳은 문명과 떨어진 외딴곳이다. 해발고도 3000m, 미 대륙으로부터 4000km 떨어졌다. 이렇게 외진 곳에 관측소를 설치한 것은 측정 결과가 왜곡되지 않기 위함이다. 1958년부터 측정을 시작한 이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그래프는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예외가 있던 때는 3차례 있었다. 석유파동이 있었던 70년대 중반, 소련이 붕괴된 90년대 초, 그리고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세 번 모두 상승세가 잠깐 꺾였다. 생산이 줄고 수송량이 급감했으며 소비가 위축된 결과였다. 한결같이 경제성장이 떨어진 때였다. 아이러니하지만 경제가 타격을 입자 기후 변화의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팬데믹 초기 자연이 회복된 것을 떠올리면 쉬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기구의 위성사진에 따르면 중국 우한봉쇄 이후 이산화질소 농도는 급감했다. 이동제한, 산업시설 가동 중단 등 중국 정부의 적극적 봉쇄 조치로 이같은 현상은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이산화질소 농도는 2005년부터 2019년의 같은 기간 기준으로 10~30% 줄었다. 미세먼지 농도도 줄었다.

인도 콜카타에서는 30년간 보이지 않던 멸종위기종인 갠지스강 돌고래가 나타났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의 탁도도 연해졌다. 알바니아에서는 홍학 개체 수가 늘고, 브라질에서는 매부리바다거북이가 산란을 위해 해변에서 알을 낳는 장면이 목격됐다.

코로나19로 인류가 고통을 받았지만 환경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다.

이 말은 역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기후 변화는 빨라진다는 얘기가 된다. 더 쉽게 말하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경제성장은 기후변화를 불러온다는 얘기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는 인류 문명의 치명적 허점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유엔총회의 단골 의제이다. 이는 지금까지 이뤄진 시도가 그다지 만족할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교토와 파리의 기후협약도 재생에너지 개발도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비중의 증가를 막지 못했다.

이번 총회도 마찬가지였다. 유엔은 지난 17일 발표한 글로벌 감축목표 보고서에서 각국의 탄소배출 목표치를 고려하면 2030년 탄소배출량이 2010년 대비 16% 늘어나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7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의 목표치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올 초 한겨울에도 영상 10도를 유지했던 미 텍사스에 30년 만에 기록적인 한파가 닥쳐 삼성 등 반도체 회사들이 셧다운 됐다. 대만에서는 56년 만의 가뭄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모두 기후위기가 불러온 사태이다.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허리케인 아이다 피해점검 뒤 연설을 통해 기후 변화 문제를 코드 레드(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정의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 여름에만 1억명 이상이 극한의 기후로 타격을 입었다. 석학들은 흔히 지구가 불평등, 민주주의 그리고 기후 등 ‘3중의 실존적 위기’와 맞닥뜨려 있다고 경고해왔다.

펜데믹이 잡힐 조짐이 보이면서 다시 성장지상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는 GDP를 금과옥조처럼 맹신해왔다. 대부분의 경제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을 갖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지 자신의 이득부터 따진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이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의 시장가치를 끌어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일부 경영자들은 소시오패스란 평가를 들으면까지도 주가만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할까. 그런 점에서 ‘이스털린의 역설’은 흥미롭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1인당 평균수입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수입이 늘어도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새삼스럽지 않지만 돈을 많이 번다고 삶의 질이 결코 높아지는 게 아니라는 게 확인된 셈이다. 경쟁력만 강조하기보다 조화로운 생존을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후변화는 이제 가설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지 못할 경우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른다. 인류에게 자연을 마음대로 사용할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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