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유지 vs 익숙함 타파…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익숙함 유지 vs 익숙함 타파… 당신은 어느 쪽인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9.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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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의 어느 날 아침, 런던의 한 지하철 역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안절부절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두 명의 남자가 지하철 열차 위로 올라가 시위를 벌이면서 열차 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발이 묶인 승객들은 지각의 위기에 처했다. 시위자들이 펼쳐든 플래카드에는 ‘Business as usual=Death’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금껏 하던 대로 계속하면 죽음뿐’이라라는 뜻이었다.

이 소동은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환경 운동 단체에 의해 벌어졌다. 인간의 멸종 위기를 경고하는 이들은 당시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생활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었던 승객들은 두 시민운동가에게 물건을 던졌고,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체포했다. 여론도 이들에게 호의적일 수 없었다. ‘취지는 이해하나 그렇게까지 하면서 출근길을 방해해야 했냐’는 반응이었다.

환경 운동가들의 ‘일상 중지’ 퍼포먼스와 그로 인해 발생한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일상을 유지하면서 개인의 생존을 지킬 것인가, 환경 운동가들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익숙한 생활을 깰 것인가. 책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나무생각)의 저자 마야 괴펠은 후자의 손을 든다. 그는 “우리는 지금껏 해온 대로 계속하는 것이 오래가지 않아 무너지리라는 점을 예감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단언한다.

2년 전 런던 시민들의 출근 길을 방해했던 환경 운동가들을 단순히 철부지라고 평가할 게 아니라, 우리의 출근길이 지속 가능한 삶으로 향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라는 것이다.

괴펠은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경제학자이다. 그는 지구 환경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입장을 발표한다. ‘로마 클럽’ ‘세계미래회의’ ‘미래를 위한 과학자 모임’ 등 단체 활동 이력이 그의 성향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다. 최근엔 독일 글로벌환경변화학술자문위원회 사무총장까지 지냈다.

그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환경 담론을 살펴본다. 낙수 효과 등 지금까지의 경제 성장 방식으로는 지구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환경 자원의 소모에 기대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인류의 삶은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될수록,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꼴이다. 저자는 “경제 성장이 부의 불평등을 해결해 줄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빈부 격차는 더욱 극심해지고, 무분별한 개발로 하나뿐인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결론은 경제 성장과 환경 파괴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촉구로 이어진다. 평범한 시민들의 입장 변화가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지금껏 당연하게만 여겼던 기존 질서의 배경을 캐묻는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또한 개발 기업에게 생태 복원의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는 “과거 자원을 집중적으로 활용한 개발 덕분에 오늘날 막대한 재산을 획득한 사람들은 그만큼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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