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당시 캐나다의 작은 섬마을이 보여준 환대
9.11테러 당시 캐나다의 작은 섬마을이 보여준 환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9.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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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술가 레베카 솔닛은 저서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재난에 대한 통념에 반기를 든다. 흔히 재난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은 타인을 약탈하고 생명을 빼앗은 등 포악한 일을 벌일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재난을 겪은 사람들은 낙담에 빠져있기보다 서로를 위로하고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그의 논지다. 솔닛은 이러한 풍경을 두고 ‘재난 유토피아’라고 명명했다. 낯선 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환대의 정서가 역설적이게도 낙원으로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한 순간에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 사건 이후에도 따뜻한 환대를 느낄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갠더 마을에 임시착륙한 승객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미 CBS 기자 짐 디피디이다. 이번 책은 2002년 출간본을 9.11 20주기를 기념해 다시 내놓았다. 저자는 “때로 그 마을이 끔찍하게 느껴지더라도 9.11 그날 갠더에서 있었던 일에 귀를 기울여 보면 두려움을 이겨 낼 길이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9.11 테러 당시 미국 인근에 날고 있던 비행기들은 모두 미국 영공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미국을 폭격한 4대의 비행기 외에 어느 비행기에 알카에다 대원들이 타고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부는 출발지로 회항할 수 있었지만, 상공을 날고 있던 대부분의 비행기는 캐나다에 착륙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 35대의 비행기에 실린 6,595명은 갠더에 착륙했다.

이곳에 사는 주민 1만여명은 영문도 모른채 낯선 곳에 착륙한 이들을 도왔다. 이들은 “무탈하기를 빈다”며 위로하는 것은 물론, 사망자에 대한 애도도 아끼지 않았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선행은 다양하다. 샤워시설을 찾고 있던 록샌이라는 여성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자기 집 욕실을 쓰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유럽, 아프리카, 중동 지역을 감시하는 미 사령관 바버라 패스트 장군은 자신이 테러 조짐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닌지 고민하며 걷다 동네 주민의 생일파티에 초대되기도 한다. 책 곳곳에서 현지인이 불쑥 등장해 낙담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저자가 이 사례를 통해 조명하려는 건 순박한 시골마을 현지인의 친절이 아니다. 전 세계 시민들은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서로를 멀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9.11테러가 촉발한 아프간 전쟁과 탈레반 축출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선한 본성과 강한 면모이다. 그는 “우리가 정말로 싸워야 할 상대는 ‘탈레반’ 같은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어디서나 실재하는 폭력과 억압, 불평등 자체이며, 그 싸움의 무기는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환대”라고 말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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