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500년간 해양 진출을 주저했나
중국은 왜 500년간 해양 진출을 주저했나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9.1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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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해양굴기는 국제정치학에서 꽤나 중요한 뉴스이다. 패권국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을 건조해 제해권을 장악하려 하고, 해양영토를 놓고는 일본과 동남아 각국과의 공격적 움직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500년간의 역사만을 놓고 보면 중국은 해양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아편전쟁 이후에는 국력이 쇠락해 해양 진출 자체가 어려웠지만 유럽 각국이 대항해시대 시절 영토를 늘려갈 때도 중국은 해양 진출에 별반 욕심을 내지 않았다. 17~18세기 대제국을 건설했던 이른바 강옹건성세(康雍乾盛世)때도 해양에 큰 관심이 없었다. 도대체 까닭은 뭔가.

중국이 바다에서 활약한 사례는 15세기 초 정화(鄭和) 원정이 유일하다. 이는 1492년 콜롬버스의 미국 대륙 발견보다 앞선다. 명나라 제독이었던 정화는 모두 7차례에 걸려 대선단을 이끌고 동남아는 물론 인도양을 거쳐 아라비아해 그리고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까지 진출했다.

정화 원정 이후 중국 조정은 바다로 가는 문을 닫았다. 정화의 유산은 남겨지지 못했다. 선원들은 해산됐으며 선박은 방치됐다. 정화가 남긴 기록 또한 소각됐다. 바다에 거침없는 투자를 감행했던 중국이 갑자기 해양 전략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일까.

책 『대운하 시대』(민음사)는 중국의 대운하와 관련된 8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중국이 해양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 명나라 영락제가 대운하를 건설했던 1415년부터 청나라 건륭제가 대운하를 통해 마지막 순행을 했던 1784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다. 그는 그간 『대운하와 중국 상인』 등 저서를 펴냈다.

정화 이후 중국의 해양 진출이 멈춘 것에 대해 저자는 그 원인의 중심에 중국의 대운하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주변국들과 각축을 벌이느라 대항해시대를 겪으며 먼 바다로 나서야 했던 서구 열강과는 다른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대운하는 정치 중심지인 북경부터 강남 지방의 항주까지 연결돼 있다. 수 양제가 백성들을 동원해 파놓은 운하를 명 영락제가 현 수도인 북경까지 확장시킨 것이었다. 영락제는 운하 확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고도가 다른 지역의 수심을 고르게 했고, 방죽을 쌓아 범람을 막았으며, 막혔던 구간도 새로 개통했다.

이렇게 완성된 운하는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 물자를 실어 나를 수 있었다. 이전 시대 운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자였다. 유라시아 지역의 가장 큰 제국이었던 중국의 입장에서 대운하는 권위의 상징이었다. 저자는 “이 유통망을 통해 당시 은을 대표로 하는 해양에서 거래되는 교역품과 해외의 공식‧비공식 사절들도 왕래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중국인들의 국내 이주와 해양 무역이 모두 증가하는 것 역시 중국이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징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운하는 양날의 칼이었다. 정화의 원정 이후 중국은 바다로 다니는 길을 모두 걸어잠갔다. 이른바 ‘해금정책’이다. 명 만력제 때 조운 총독 왕종목은 남쪽에서 수도로 곡물을 옮길 때 바다를 이용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원인으로는 정치적 갈등이 거론되지만, 바다와 해안을 침범하는 해적에 대한 두려움이 주요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해금 정책의 기조는 계속 유지되면서 결국 중국은 산업혁명을 겪은 서구 열강에게 패권국의 자리를 양보했다.

이 책의 부제는 ‘중국은 왜 해양 진출을 주저했는가’이다. 핵심은 ‘주저’에 있다. 저자는 부제를 붙이면서 포기나 거절 같은 단정적인 용어를 피했다고 밝혔다. 물자 운송에 유리했던 대운하의 존재가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망설이게 했다는 게 주요 논지다. 그는 “해양을 완전히 차단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개방을 자신있게 표방하지도 못하는 상태는 이미 지구적인 세계 체제에 포섭된 거대한 제국의 안보와 이윤 모두를 저비용으로 확보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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