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한 몸매… 그 뒤에 자리한 신자유주의 시선
‘핏’한 몸매… 그 뒤에 자리한 신자유주의 시선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9.0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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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사이에서 뜨는 것 중 하나가 ‘바디프로필(bodyprofile)’ 촬영이다. 운동과 다이어트로 날씬하면서도 근육질의 몸을 만들고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으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의 바디프로필이 완성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운동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다. 건강미를 뽐내는 ‘핏(Fit)’한 몸매는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핏(Fit)과 반대편에 있는 팻(Fat)한 몸매도 늘고 있다. 팻한 몸매는 비만 체형을 얘기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은 좀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운동량은 줄고 건강에 좋지 않은 고칼로리 배달 음식은 비만 인구를 늘리는 주요 원인이다.

『피트니스의 시대』(호밀밭)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트니스 열풍을 사회과학적 시선으로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독일 에르푸르트 대학교 역사학 교수 위트겐 마르추카트이다. 그는 평소 자전거를 애용할 만큼 운동 마니아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데, 운동에 열광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회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이 개인 스스로 몸 관리를 하도록 부추기는 분위기다. “한쪽에는 피트니스 문화가 자리잡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패트니스’의 급속한 확산과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며 “이는 얼핏 모순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독자적 사회시스템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1970년대는 인류의 피트니스 역사에서 기점이 되는 시기이다. 사실 그 이전에도 뚱뚱한 몸은 차별받고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흐름이 뚜렷하게 전개된 70년대 이후 핏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70년대 이전에는 국가가 국민 건강을 생각해서 비만을 방지하자는 얘기에 그쳤다면, 신자유주의 사회는 스스로 몸매관리를 해야 했다. 건강미가 넘치는 핏(fit)한 몸은 성공과 성취의 표상인 반면, 뚱뚱한 몸은 게으름, 무능, 무절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급기야 20세기 후반에는 개인이 병에 걸리는 문제를 스스로의 책임으로 떠밀었다. 저자는 “기업 주도의 건강장려 정책이 노동자의 책임으로, 노동자가 예방적으로 자기 몸을 챙겨야 하다는 쪽으로 바뀌면서 기업이 개입하는 돌봄과 훈육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고 진술한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조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학벌, 성별, 지역 등 각종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말자는 주장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지니고 있는 ‘핏(fit)’한 몸과 ‘팻(fat)’한 몸에 대한 무의식적인 생각은 새로운 차별의 근거로도 자리잡을 수 있다.

책을 번역한 류동수 번역가는 “잠시라도 방심하면 피트니스는 어쩌면 감당 못할 거대한 장벽이 되어 우리를 막아서고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우리를 갈라놓을지 모른다”며 “누구든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를, 그 어떤 이유로 차별하지 않기를, 인간을 피트니스로 나누지 않기를 맹세하며 항상 눈을 부라려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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